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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2 이 별 2 불을 끈 커튼 뒤에서 땅바닥을 찍는 너를 보았다. 한번쯤 와락 뛰어 나가 안아 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내 발길이 맨발인들 어떠랴. 너 저 불빛 아래서 나 어둠 속에서 서로의 길이 어긋나 한 가닥 인연은 지고. 밤새 허공에 날려 보냈을 허무한 빈 껍질들이 산만큼 쌓인 새벽길에 슬픔이 하얗구나.. 2006. 8. 17.
이별 이별 너는 빈대떡에 소주를 부르고 나는 도가니탕을 시켰다. 종업원 아이는 내 지갑에서 빠져나갈 금액을 적어 식탁에 던져 놓았다. 목을 타고 빈속으로 들어가는 맛이 술의 제격이라는 말을 오늘은 하지 않았다. 너는, 2006/08/13 여름비 2006. 8. 13.
선그라스 1 선그라스 1 마음의 창은 눈이다. 어느 날 문득 누군가 창으로 나를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몰래 휴지를 버릴 때 꼭 누가 보고 있는 것 같다 한적한 길의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칠 때 또 어느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경건해야 할 상가에서 빵구난 양말을 발견했을 때 박힌 돌인 줄 모르.. 2006. 8. 10.
억새 억새 어느 헛된 그리움이 이리 하얗게 자라도록 강으로 강으로만 머리를 날리고 있더란 말이지 세월처럼 강물은 흘러 이제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역류하지 못할 사랑 쇠도록 기다리고 있더란 말이지 2006/08/06 여름비 Non so proprio cosa dirti (사랑의 눈물) - Paolo E Ludia (Lydia and Paul) 2006. 8. 6.
8월 / 이외수 8월 -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 2006. 8. 5.
그대를 보내고 / 이외수 그대를 보내고 /이외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들 사랑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을날 빈 들녘 환청같이 나지막히 그대 이름 부르면서 스러지는 하늘이여 버리고 싶은 노래들은 저문강에 쓸쓸히 물비늘로 떠돌게 하고 독약 같은 그리움에 늑골을 적시면서 실어증을 앓고 있는 실삼나무 작별 끝에 당도.. 2006. 8. 4.
바람의 말 / 마종기 ..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 2006. 8. 1.
홍도야, 우지마라! 홍도를 다녀왔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 때문에 망설였지만 약속이 된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홍도 앞으로! 새벽 한 시에 홍도 도착 즉시 앞 바다에 배를 정박시키고 오징어를 낚았습니다. 제 친구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홍도 선착장 큰배는 들어갈 수 없어 유람선을 .. 2006. 7. 28.
참나리 참나리...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며 부슬부슬 내리던 며칠 전 정원에서 만났던 여인입니다. 초등학교 때 비가 쏟아지면 황토 운동장에 미처 내려가지 못한 빗물들이 흥건했습니다. 마구 쏟아지던 빗방울들이 황톳물에 떨어져 만들던 그 모습을 기억합니다. 본능적으로 낮은 곳을 찾아서 붉게 흐르던 .. 2006. 7. 26.
이모와 여보 얼마 전 대학 초년생인 아들놈과 긴 통화를 끝낸 호랭이가 말을 했다. "아들이 밥을 사 먹으러 식당에 가면 종업원 아줌마들을 '이모, 이모'하고 부른대. 그러면 없는 반찬이 한 가지씩 더 올라오더래." 참 머리 좋은 녀석이다. 드디어 오늘 나도 그 작전을 써 먹을 기회가 생겼다. 새로 온 식당 아줌마. .. 2006. 7. 24.
태풍 / 나희덕 태풍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 2006. 7. 18.
노래와 콧구멍 그저께 이를 빼고 온 딸이 기념으로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오래 살다 보니 별 기념도 다 만나게 되지만 어쩔 수 있나요? 그래서 분위기가 좋을 것 같은 새로 개업한 집으로 갔습니다. 딸의 입이 저렇게 생겼는데 입이 나온다고 물경 위 아래 네 개를 빼야 한다니 믿기지가 않았지만 하늘 같.. 2006. 7. 16.
딸의 이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니 또 호랭이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가방부터 받아 두고는 허허 웃는다 '또 뭣인가 잘 못 먹었나 보다' 며칠 전 딸의 이를 검사했던 치과에 갔더니 의사 이야기가 이를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가 커지고 있어 입이 앞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위와 아래에서 각각 두 개씩 .. 2006. 7. 13.
호랭이의 입 태풍으로 인하여 일찍 집으로 돌아오니 호랭이가 실실 웃는다 '멀 잘 못 묵었나? 왜, 쪼개고 그래?' 얼마 전 멀쩡하던 딸의 입이 변형이 온다고 지나가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가 앞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치과에 가서 사진을 찍었고 3일 뒤에 교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한다는 .. 2006. 7. 11.
여름비의 * * 공개 오래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아 대장 내시경검사를 해보려고 열흘 전쯤에 예약을 했었다. "3일 전부터는 콩나물과 같은 줄기 반찬을 드시지 말고, 검사 전일 밤 10시에 첫번째 약을 먹고 다음 날 검사 당일 6시에 두번째 약을 드세요. 그리고 바로 여기 4리터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잘 흔들어 약과 잘 섞은 .. 2006.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