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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딸의 이

by 여름B 2006. 7. 13.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니 또 호랭이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가방부터 받아 두고는 허허 웃는다 '또 뭣인가 잘 못 먹었나 보다' 며칠 전 딸의 이를 검사했던 치과에 갔더니 의사 이야기가 이를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가 커지고 있어 입이 앞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위와 아래에서 각각 두 개씩 뽑아내고 교정기를 끼우면 보기 좋아진다는 것이다. 어느 부모가 딸이 예뻐진다는데 망설이겠는가 "그렇게 해야지요" 해서 윗 이 두 개를 뽑고 왔다고 한다. "그럼 아랫 것은 언제 뽑는대?" "이틀 뒤에 뽑아야 한다는데? 부담을 줄여주려고..." 그러면서 또 웃는다. 잘 못 먹어도 한참 잘 못 먹은 모양이다. 나는 그 비용을 생각 때문에 머리가 뒤죽박죽인데... "그런데 당신 딸 이 운이 좋아. 하나만 뽑아도 된다는데" "그게 먼 소리여?" 사진을 본 의사의 말이 아래 어금니 하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왠 일이냐고 의사에게 물었더니 "썩어서 없어졌는데요?" 딸에게 물어보았단다 그랬더니 작년에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자기 이가 썩어가는 것도 몰랐다니... 그것도 간호학과를 다닌다는 아이가 말이다. 충치에 손상되는 줄을 모르다가 어느 날 작은 조각이 만져져서 거울을 보니 거의 썩어 없어졌고 며칠 뒤 그것을 자기 손으로 뽑아 없앴다는 것이다. 딸이 치과를 안 다닌 것도 아니다. 가끔 이를 메꾸어 주러 다녔는데도 그 의사들은 눈도 멀었는지 그것을 못 보았단 말인가? 의사들을 탓하여 무엇하겠는가? 다 부모의 잘못이지.... 나는 가슴이 아파왔다. 등록금과 생활비만 보내주었지 객지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내가 얼마나 신경을 써 주었던가. 얼마나 자주 딸과 대면할 기회를 만들었던가. 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아비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날이다. 2006/07/13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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