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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익산 친구 내 익산 친구 60 중반을 넘기도록 혼자 사는 익산의 내 친구 영규 '청목'에서 점심을 먹는데 소주 한 병에 쌓인 이야기는 서너 병 집에 가려는 나를 붙잡고 집 앞에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쇼핑백 하나 들고 온다 이놈은 구워 먹고 저놈은 탕해 먹어 따로따로 포장한 조기 몇 마리에, 몇 날이나 말렸을 정갈한 가지말랭이 한 주먹, 전날 고산에 갔었다며 대봉감도 하나 넣었다 집에 와 봉지를 벗기는데 이렇게 싱싱한 조기들을 보았나 동그란 눈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리네 때때로 우리는 힘든 길을 택했지. 하지만 우린 항상 끝까지 지켜봤지. 친구가 한 명만 남았다면 난 너였으면 좋겠어. - 가사 중에서 -1 2022. 10. 30.
초등 동창들과 번개 "가게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어?" "뭐하러 그런 것 물어 봐." "몇 평이야?" "건평이 백십 평이고 주차장 포함 천 평이야." "와, 시내에 천 평이라. 돈 많이 들었겠네." "돈보다도 준비하는데 힘들었어. 테라스 공사는 하다가 업자가 도망가버리고. 에이, 참! 허허허헛" 찻집을 경영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시골살이 하는 이야기에 농사일 하다 벌레에 물린 이야기 등등을 하는 동안 찻잔이 비어지고 이윽고 "자, 일어나자." "그래, 또 보자." 이렇게 군산과 보령의 5명이 번개를 쳤다. 프루너스힐카페에서 2022. 7. 26.
아름다운 이별 우린 출발점이 뚜렷이 없었듯이 종점 또한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그런 이별이었으면 좋겠네 놀이에 정신을 쏟다가 어느새 어둠이 포위하고 있음을 깨닫고 손을 털고 뿔뿔이 흩어지던 어린 날처럼 인사도 없이 떠났으면 좋겠네 만남은 형체없는 잠시 헤어짐은 영원한 진리 행여 두리번거리는 우둔함이나 인정의 나약함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기를 종이 울리기 전 수업을 마쳤을 때의 기쁨처럼 파경보다 한 걸음 앞선 떠남 또한 행운의 폭죽만큼 아름답기를 ㅡ수서가는 SRT 안에서ㅡ 2022. 5. 24.
고창 청보리밭과 해삼오골계삼계탕 고창 학운농장 보리밭 한쪽에 작년부터 경연장이 만들어져 가수들이 방문객들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모자 쓴 아줌마에게 가수가 노래를 멈추고 묻는다. "어디서 오셨어요?" "광주요." 아줌마가 대답을 하고 의자에 앉고나서 서너명의 아낙들이 또 등장하자 또 그 쪽에 묻는다. "아줌니들은 어디서 오셨나요?" "서울요." "야, 어쩐지. 저 때깔좀 보소." 가수가 한 마디하자 공연장에 웃음이 폭발한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광주에서 오셨다는 아줌마는 일어나서 엉덩이 막춤을 추기 시작한다. 가수가 반주소리를 올린다. 공연장엔 웃음소리가 더욱 커진다. "형님 많이 드세요." 아우가 자신의 비방인 요리를 대접해 줬다. 청계가 없어 오골계로 대신했고 뿔소라가 빠졌다고 미안해 한다. 처음 수저로 떠 먹는.. 2022. 5. 13.
부여 세도에서 우어무침을 맛보다 우어는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을 따라 민물에 오른다. 금강을 따라 서천 부여 강경 등에 우어 맛집이 곳곳에 제법 있다. 이날은 부여 세도면에 있는 우어무침 집을 찾았다. 3월 초에 잡은 것이 뼈가 연하고 부드럽고 하순을 지나면서 잡힌 것은 뼈가 억세서 상품성은 떨어진다. 주말에 집에 다니러오는 막내아들은 항상 월요일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일요일 아침 갑자기 집을 부랴부랴 별 말없이 떠났다. 그리고 전화로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리며 혹시나 부모님이 감염될까 해서 미리 집을 떠난 것이라 했다. 빨리 검사 받아보라 해서 키트를 사다 검사했더니 다행스럽게도 한 줄만 뜬다. 혹시 모르니까 우리 부부는 며칠 사람들을 접촉하지 않기로 했다. 참 이런 시절을 빨리 보내고 싶다. 2022. 5. 9.
겨울 접기 너에 대한 내 마음을 접겠어 휴가에 특별이라는 말이 붙었는데도 기쁘지 않은 날이었다 함박눈이 그녀의 어깨를 잠깐 차가워 보이게 했을 뿐 내 이마를 시원하게 해 주었다 군화 코끝에 눈물이 맺혔다 흘렀다 그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때로는 할 말도 접어 둘 일이다 접는다는 것이 우산을 접듯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종이학을 접듯이 꼭꼭 힘주어서 저 깊은 속에 간직할 일이다 이제 겨울이 다 지난 것 같아 어제 아내가 겨울옷 몇 개를 접으며 말했다 아직 늦추위가 있잖아 내가 끝내 접지 못하고 말을 해 버렸다 아내는 두말없이 내 말도 접어 옷장에 가져갔다 2022. 2. 25.
국립부여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걷기 코스를 부여 금성산성으로 정하고 보니 주차는 자연스럽게 부여 박물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박물관 구경은 덤이다. 코로나 시국 이전보다 관람객이 늘었다. 이 또한 한 시대의 풍경이 될 것이다. 2022. 2. 24.
푸성가리를 심다 다섯 그루 서 있는 소나무오른 쪽이 취나물 보고다. 그 뒤로 매실 감나무 등등이 보이고 그 뒤로 숲 중간중간에 작년에 친구가 준 취나물을 심어 놨는데 올 봄에 살펴보니 10퍼센트 정도 살아 난 듯하다. 그 아래쪽에 올봄에 무화과와 사과좀 심으려 했는데 한 달 남짓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시기를 놓쳤다. 이 만큼만 농사 짓기로 했다. 빈 공간은 생각나는 대로 호박이나 참외를 심어 볼까 한다.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관리기도 없으니 쇠스랑으로 파서 만든 고랑에 비닐을 덮었다. 참 이래가지고 제대로 자라기나 할려나. 옥수수 호박 참외 가지 오이 모종이 배달 왔다. 마침 비가 쬐금 내렸는데 어림도 없어 조롱으로 물을 퍼다 주었다. 아랫집 텃밭이다. 농사 연륜의 차이가 엄청나다. 존경스럽다. 쉬는 동안 친구가 필요.. 2021. 5. 12.
참취향에 취하다 비소식이 들려와 농장에 들러 그동안 미처 파종하지 못했던 더덕, 도라지, 고수를 군데군데 뿌렸다. 베란다 박스 안 비닐봉투에서 몇 달을 숨죽이다 봄바람에 일찌감치 기지개를 켜고 박스를 벗어나길 손꼽아 기다렸을 씨앗들에게 늑장만 부리는 내 모습이 무얼로 비춰졌을까. 대나무가 쓰러지면서 엄나무들이 많이 다쳤다. 채취 시기도 늦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순을 뜯다 보니 한 주먹은 된다. 내년엔 채취시기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며칠 사이에 참취도 많이 자랐다. 대나무 그늘이 사라진 게 원인일까. 작년보다 개체수가 좀 줄어든 느낌이다. 그래도 무더기진 곳들이 보이고 한 식구가 맛보기 정도는 되는 것으로 만족의 웃음도 지어 본다. 무성한 곳에서는 줄기 채 뜯었다. 손톱 끝에서 번지기 시작한 취향내가 코끝을 .. 2020. 5. 8.
홍산 관아와 객사 몇 년 전부터 손 봐 오던 홍산 관아가 완전히 정비된 모습을 보여줬다. 관아는 다섯 채의 건물군으로 되어 있다. 먼저 외문루라 불리는 정문과 정문 외쪽에 관청, 그리고 정문을 들어서면 수 령이 업무를 보던 동헌, 동헌의 왼쪽에 관아의 자제들이 공부하던 책방, 그리고 동헌의 오른쪽으.. 2020. 3. 1.
김제 흥복사 흥복사는 650년(의자왕 10) 고구려에서 온 보덕이 승가사란 이름으로 창건하였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 때 절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1625년(인조 3) 김제에 살던 흥복(興福)처사가 극락전을 중건하면서 이름을 흥복사(興福寺)라 불렀다. 1954년 불교정화운동 때는 흥복사가 임시 조계종 전북.. 2020. 2. 29.
완주 화암사의 극락전과 우화루 자동차로 오르는 길이 워낙 험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온다 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만나는 게 저 화장실이다. 경사면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환기와 낙하?가 이루어지게 지었다. 뒷문을 들어서면 요사체 뒷쪽을 보게 된다. 요사체 뒷쪽와 마주보는 산.. 2020. 2. 24.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등잔 밑이 어둡다고나 할까 내가 사는 지역에 있다는 이곳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오늘 전 직장동료들과의 모임으로 인하여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곳 군산은 호남평야를 끼고 있는 항구라는 이유로 가장 빠른 일제 수탈의 희생지가 되었다. 수탈.. 2019. 12. 10.
대장도 할매바위 아래에서 대장도의 할매바위는 아기를 업은 여자가 밥상을 차려 들고 나오는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들은 부부였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간 남편이 합격하여 돌아오자 아내는 정성을 다해 상을 차려 내왔다. 그런데 문득 남편이 데려온 첩을 보게 되었고, 서운한 마음에 굳어.. 2019. 9. 26.
영광 내산서원 내산서원(內山書院)은 수은(睡隱) 강항(姜沆)을 추모하기 위해 1635년(인조 13)에 세운 서원임 姜沆(강항, 1567~1618) 조선 중기 학자. 세조 연간에 활약했던 姜希孟(강희맹)의 5세손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 군량미 수송임무를 수행 金尙寯(김상준)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으나 포로가 되어 일본.. 2019.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