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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가을에 사랑한다는 것은 서서히 시들어 가는 것이라고 바래가는 꽃무릇을 보면서 붉게 웃어 주었지요. 억새는 시들어도 울지 않는다며 손등에 내린 이슬을 쓰다듬던 억새꽃보다 하얗던 당신의 손길. 끝내 내 가슴에서 봇물로 흐르던 뜨겁던 오열의 강. 어느덧 버석거리는 내 귓등에도 억새꽃 하얗게 .. 2006. 10. 7.
즐거운 한가위 맞이하세요 불량감자 블로그를 방문하신 여러분!! 즐거운 추석명절 맞이하십시오. 그리고 울 낭군이 컴퓨터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성실히 내조 다할 것을 두 손 들어 약속합니다. ♣호랭이 올림♣ 이미 고향에 도착하셔서 한 잔 꺾으신 분, 아직 고향 앞에 도착하지 않으신 분, 이제 떠나려고 준비하시는 분, 명.. 2006. 10. 5.
저녁에 저녁에 해거름 길가에 늦게 핀 달맞이꽃 노랗게 서성이고 새들이 돌아간 빈 저녁은 슬프다. 사랑도 바람 같이 비를 타고 훌쩍 날아 언덕을 넘어 가면 너처럼 피었던 꽃 이제는 저녁처럼 지고 말지. 타올랐던 열정의 계절도 허무롭게 황혼 속에 지고 말지. 2006.10.01. 여름비 2006. 10. 1.
대둔산 대둔산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괜히 젊은 시절 객기를 부리다가 다리만 아프니까. 구름다리 위로 멀리 196계단이 보인다. 그냥 아래에서 보기만 하다가 털래털래 내려와야만 했다. 바위에 붙은 덩쿨들과 단풍이 든 몇그루 나무들이 보인다 누가 셔터 한 번 눌러.. 2006. 9. 29.
춘장대 대장이 저녁을 한 턱 쏜다고 해서 춘장대 횟집으로 날랐다. 횟집 오른쪽으로 부사 방조제가 보이고 그 너머로 보령 땅이 조금 보인다. 어느 블로거 한 분의 고향이 보령이라고 그러셨는데, 고향을 보여 드렸으니 나중에 꼼장어에 소주 한 잔 사 주시겠지? 내가 이 가게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임을 증명.. 2006. 9. 27.
멀리 있기 / 유안진 < 멀리 있기 > -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멀리 있으면 과.. 2006. 9. 25.
은파 야경 오랜만에 은파 호수로 바람을 피러갔다. 호수 위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현수교를 놓고 그 동안 시험 삼아 연일 밤을 밝히고 있었단다. 내일 개통기념식을 한다고 한쪽에서는 단상을 만들기에 분주하다. 내 세금을 가지고 저렿게 유용한(?)곳에 쓰다니 아랫도리가 뿌듯하다. 바람 많이 피라고 .. 2006. 9. 21.
슬픈 약속 / 이정하 슬픈 약속 - 이정하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 했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너와의 우연한 해우. 그저 무작정 걸어 봐도 묵은 전화 수첩을 꺼내 소란스럽게 떠들어 봐도 어인 일인가, 자꾸만 한쪽 가슴이 비어옴은. 수없이 되풀이한 작.. 2006. 9. 20.
서글픈 바람 / 원태연 서글픈 바람 - 원태연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삐그덕 문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두 잔의 차를 시켜 놓고 막연히 앞잔을 쳐다본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 속 깊이 인사.. 2006. 9. 17.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 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 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 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 2006. 9. 14.
수배 수 배 귀밑에 흰 털이 듬성듬성 나고 처진 아랫배가 돋보이며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보내는 의심스런 눈초리가 나이답지 않게 매서움. 쥐뿔도 없는 것이 있는 행세를 하고 다니며 든 것도 없이 잘난 체를 잘 함. 쥐어주는 것도 없이 가족들에게 군림하지만 나가서는 쪽도 못 씀. 쓸개가 없고 간이 많.. 2006. 9. 9.
풍란 풍란 생명이 끝난 줄 알고 마당 끝에 던져 놓았던 풍란이 어느 날 아침 혀를 달팽이처럼 내밀고 돌 틈을 기어 내려와 하얀 뿌리로 환생하는 모습을 보았다. 따개비처럼 모질게 생의 골에 달라붙어 하얗게 핏줄이 흐르기 시작하는 회생의 줄기 세상의 끝에 던져지더라도 우리 살아있어야 할 이유 한 가.. 2006. 9. 3.
꽃에 관하여 / 백우선 꽃은 문이다 춤과 노래로 잉잉대는 밀실의 문이다 못 만날 것이 없고 만나는 것마다 빛깔과 향기가 되는 신생의 문이다 잎잎의 문으로도 스미는 햇살과 바람과 물과...... 생명의 물결은 모여들고 퍼져간다 그 모두의 드나들이는 그침이 없다 저, 저, 저것 좀 봐 어느새 깃털을 꽂고 날아오르는 씨앗, 사.. 2006. 8. 30.
수첩을 잃다 수첩을 잃다 수첩을 잃어버렸다. 내 손을 타고 들어와 세상 하나씩 만들어 놓고 갈피를 넘길 때마다 웃어 주던 얼굴들. 끝내 빛이 바랜 글씨로 남았던 구불구불한 오래 된 인연들이 내 불찰 속에 끝 모를 유영을 떠나 버렸다. 이미 지워지는 순간들마저 놓치기 싫은 저녁인데 한번에 보내 버렸다. 2006/08.. 2006. 8. 25.
세월 / 도종환 세월 - 도종환 -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 2006.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