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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화 산도화 작년에 사다 심은 산도화 가난하게 실꽃 눈을 뜬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며 벌써 지는 것을 생각한다 참 아슬하다 그대 지나간 자리 침묵이 우두커니 서 있고 두절된 세상 내 갈피에는 흐린 흔적만 남아 있는데 이제야 가끔씩 흔들리던 마음은 지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날을 기다리던 실록을 쓴다 .. 2006. 3. 5.
날마다 강에 나가 날마다 강에 나가 /박남준 흐르는 것은 눈물뿐인데 바람만 바람만 부는 날마다 강에 나가 저 강 건너 오실까 내가 병 깊어 누운 강가 눈발처럼 억새꽃들 서둘러 흩어지고 당신이 건너와야 비로소 풀려 흐를 사랑 물결로도 그 무엇으로도 들려 오지 않는데... 2006. 2. 28.
적막 적 막 /박남준 눈 덮인 숲에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겨울을 건너는 몸이 자주 주저앉는다. 대체로 눈에 쌓인 겨울 속에서는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어쩌자고 나는 쪽문의 창을 다시 내달았을까 오늘도 안으로 밖으로 잠긴 마음이 작은 창에 머문다 딱새 한 마리가 긴 .. 2006. 2. 24.
별이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박남준 어디 마음 둘 곳 없습니다 그가 떠나서만이 아니고요 산다는 것이 서러웠습니다 빨래를 널듯 내 그리움 펼쳐 겨울 나뭇가지에 드리웠습니다 이제 해 지면 깃발처럼 나부끼던 안타까움도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을까요 어디 마음 둘 곳 없습니다 별이 뜨고 별 하나 지는 밤 언제인.. 2006. 2. 21.
백발 백발이 장난이 아니네 날이 흐리다. 그래서 출근길 시동에 20초는 족히 걸렸을 거다. 오늘 점심은 동태찌개를 시켰다. 점심 뭐 드실거예요? 애교를 잔뜩 넣어 경희씨가 묻는다. 볶음밥! 잠시 나보다 더 보수를 많이 받는 사람한테 다녀오더니 다른 것을 시키잔다. 동태찌개! 이를 닦고나서 거울을 본다. .. 2006. 2. 16.
겨울 풍경 겨울 풍경 /박남준 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는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 꽁지 만하다 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래 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 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았다 겨울 빨래.. 2006. 2. 14.
헛것을 기다리며 헛것을 기다리며 /안도현 이제는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 그 무엇 무엇이 아니라 그 무엇 무엇도 아닌 헛것이라고, 써야겠다 고추잠자리 날아간 바지랑대 끝에 여전히 앉아 있던 고추잠자리와, 툇마루에서 하모니카를 불다가 여치가 된 외삼촌과, 문득 어둔 밤 저수지에 잉어 뛰던 소리와, 우주의 이.. 2006. 2. 10.
대숲에서 뉘우치다 대숲에서 뉘우치다 /복효근 바람 부는 대숲에 가서 대나무에 귀를 대보라 둘째딸 인혜는 그 소리를 대나무 속으로 흐르는 물소리라 했다 언젠가 청진기를 대고 들었더니 정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우긴다 나는 저 위 댓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나는 소리가 대나무 텅 빈 속을 울려 물소리처럼.. 2006. 2. 5.
차 한 잔 차 한 잔 - 1 /백창우 차 한 잔 하시겠소 그대 마음 맑은 이 세상을 살지만 늘 세상 밖에 서 있는 이 차 한 잔 하시겠소 그대 눈 붉은 이 꿈을 꾸지만 늘 꿈 밖에 서 있는 이 2006. 2. 4.
쓸쓸한 낙서 쓸쓸한 낙서 철거지역 담벽에 휘갈겨 쓴 붉은 스프레이 글씨, SEX 저것을 번역한다면 '사랑'이거나 '씹할' 정도가 아닐까 분노와 욕망이 함께 거주하는 저 덜렁 벽 하나 뿐인 집 버티고 선 포크레인 그리고 도심의 휘황한 불빛 앞에서 피 흘리듯 흘림체의 저 SEX는 누리고 있는 자가 더 누리기 위한 호사.. 2006. 2. 1.
왕의 남자 자동차 극장에서 왕의 남자를 보다. 개봉된 지 오래 되어 차들은 많지 않았다. 어릴 때는 광대들 노는 것에 눈이 멀고, 광대가 되어서는 어떤 놈과 짝맞춰노는 것에 눈이 멀고, 한양에 올라와서는 구경꾼들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그러다 얼떨결에 궁에 들어 와서는.................... 이렇게 눈이 멀.. 2006. 1. 20.
흔들리며 사랑하며 흔들리며 사랑하며 /이정하 이젠 목마른 젊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 찾고 헤매고 또 헤매이고 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누구나 보균하고 있는 사랑이란 병은 밤에 더욱 심하다. 마땅한 치유법이 없는 그 병의 증세는 지독한 그리움이다. 기쁨보다는 슬픔 환.. 2006. 1. 19.
바둑 - 2 바둑 - 2 /백창우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렴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쩔쩔매는 그대 아무데나 딛는다고 길은 아니겠지만 길이 없기야 하겠는가 검은 것은 검은 것의 길이 있고 흰 것은 흰 것의 길이 있어 시냇물이 흐르듯 그저 몸을 맡기고 흐르기만 하면 되는데 가다간 멈추고 자꾸 두리번.. 2006. 1. 17.
겨울 안개 겨울 안개 손 깊이 넣은 보안등 눈이 졸립다. 드라이아이스 증기처럼 깔려오는 눈썹 하얀 그리움 어두워질 수 없는 희미한 슬픈 그림자 2006/01/14 여름비 Les Deux Destinees의 두개의 운명 2006. 1. 14.
겨울 편지 하나 겨울 편지 하나 /백창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정호승 '슬픔으로 가는 길'에서 무얼 꿈꾸는지 이 겨울, 너는 무얼 꿈꾸는지 …………………………………. …………………………………. 눈은 내리고, 우리 살아가는 자리마다 오늘 .. 2006.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