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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고사포의 겨울 2023. 2. 12.
어린 날 대보름 즈음의 추억과 진도 남도진성 얼마 전 대보름을 보냈다. 보름날 이틀 전에 아내는 보름장을 봐야 된다고 로컬푸드로, 대형 마트로, 장터시장으로 한기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부려 먹었다. 보름 하루 전 찰밥과 구운 생선과 나물 반찬 몇 가지를 싸 주면서 어머니댁에 가져다 드리라는 명령도 내렸다. 어머니는 경로당에 계셨다. 막상 어머니한테 찰밥 가져왔노라고 말씀드리니 오지랖도 넓으신 당신께서는 이것은 경로당에서 나눠먹어야 된다며 바구니째 가져오라 하셨다. 그렇게 며느리의 정성을 깡그리 뭉개버리셨는데 한참 뒤 경로당에서 한과만 덜어내고 어머니집으로 바구니를 도로 가져 오셨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드리려 장만한 것을 우리들이 먹을 수 없다' 하시면서.... 나 어릴 때는 대보름날 뿐만이 아니라 겨울 내내 들판에서는 불놀이가 벌어진다. 우.. 2023. 2. 12.
남종화가 꽃 핀 운림산방의 겨울 매번 운림산방을 찾아갈 때마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감상을 하지 못해 그동안 참 부끄러웠다. 이번 방문에서는 소치 미산 남농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니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차이가 이제 내 눈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1대 소치의 작품은 담묵과 중간묵을 주로 사용한 듯하며 붓끝이 갈라지는 갈필의 기법이 약간 거친 듯하지만 그림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늦게야 꽃을 피운 2대 미산의 작품들은 담묵과 농묵을 사용하여 원근감을 나타내면서 먹물을 충분히 적셔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3대의 작품 중 가장 정적인 느낌이 든다. 이곳 운림산방을 완성한 3대 남농은 농묵을 좀더 많이 사용한 듯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것처럼 거칠면서도 야성적인 느낌이 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나무.. 2023. 2. 5.
진도 세방낙조 전국 해안도로 중 가장 아름답다는 곳. 중앙기상대가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선정했다는 곳. 그곳 낙조 시간을 맞추느라 남도진성을 서둘러 출발했는데 조금 일렀다. 팽목항을 거쳐오고 일몰 뒤에는 볼수 없기에 해안도로는 다음에 구경하기로 할 수밖에. 낙조를 감상하는 동안 고깃배 한 척이 음악을 크게 하고서 앞바다를 지나갔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물든 바다를 가르는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터키 여행 때 가이드가 말했다. "이곳은 해가 크게 보입니다." 정말 그랬다. 엄청 컸다. 터키 다음은 될 것 같다. 2023. 2. 2.
선유낙조 고군산군도는 선유도를 비롯한 야미, 신시, 무녀, 장자, 대장 등의 16개 유인도서를 포함해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서 중심이 되는 섬이 선유도이다 . 이곳 군도에도 경관이 아름다운 선유낙조, 망주폭포, 평사낙안, 선유명사십리, 삼도귀범, 장자어화, 월영단풍, 무산십이봉 등 8가지를 선유팔경이라 하며 그중에 으뜸이 선유낙조이다. 2023. 1. 31.
꽃지해수욕장 꽃지! 참 이름도 예쁘다. 원래 이름 화지(花池)보다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할매바위가 되었다는 미도의 전설도 애틋하지만 긴 백사장가에 지천으로 피어 꽃물결을 이루었다는 해당화가 이제는 보기 드물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해당화 대신 인간 꽃송이 몇이 느긋하게 간조길 산책하는 한가로운 정오이다. 2023. 1. 28.
오래된 사랑같은 봉선지 오래된 사랑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노안처럼 희미해질 뿐 2023. 1. 24.
서산 간월암 간월암에서 달을 보고 차안에서 피안으로 순간이동을 했다는데 달 커녕 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천수만에 뜬 배처럼 부유하던 간월도가 폐유조선을 이용한 정주영공법 물막이공사로 영원히 육지에 갇혀 노도 잃고 닻마저 필요없게 되었지만 간월도 끝자락 손바닥만한 땅뙈기에 겨우 궁뎅이 붙이고 앉은 간월암은 하루에 두번씩 달이 배달해 주는 짠물에서 어리굴젓 냄새를 맡으며 반 세기 조금 모자란 세월을 지내왔다 미니 연등에 담아 놓은 소망들은 누가 봐도 미니가 아님을 기둥에 지고 선 부처의 표정을 보면 안다 미세먼지에 날길 막힌 오리 부부만 휴일을 맞았다 2023. 1. 13.
오래된 선창 2023. 1. 8.
어느 날의 추억 2023. 1. 8.
새해를 맞아 하숙생과 내소사에 주말 하숙생인 막둥이에게 내소사나 가자고 지나가듯 말했더니 좋단다. 호랭이는 쉬게 만들어주지 뭘 그러냐고 또 난리를 핀다. 새만금 방조제에 들어서기 전부터 반대쪽 차량들이 많아 무슨 일이지 했는데 새해 첫날 해맞이 갔던 사람들의 행렬이라는 것을 한참만에 떠올렸다. 내소사는 23년도 첫날 휴일이라 내방객들로 상당히 북적거렸다. 막둥이가 쓰다 준 줌렌즈를 처음 사용했는데 촛점이 안 맞아 사진들이 버렸다. 2023. 1. 1.
가을 / 이이화 그대 오시려거든 뜨겁게 구워졌던 태양이 식어가는 가을날 저녁으로 오세요 붉은 단풍보다 깊어진 노을 한 상 차려놓고 커다란 술잔 귀뚜라미 울음소리 가득 채워 버거운 침묵을 지워 보겠소 갈바람에 부풀려진 무수한 이야기가 낙엽처럼 쓰러져 가고 눈물보다 더 쓸쓸한 노래가 흐를 때 그대가 찬 서릿발 같은 발길을 돌려도 나는 실패한 사랑조차 용서할 테요 모든 것을 비워야만 넉넉해지는 가을날에는 《시하늘》 2022 겨울호 감나무에 해를 가하지 말라고 경고문이 붙어 있다. 차에서 지나며 보기에는 좋은데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내려 보니 길바닥이 온통 터진 감으로 범벅이 돼 있다. 2022. 12. 28.
옥구향교의 설경 어제는 제법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수북하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차량들이 꼼짝을 않고 주차장을 채우고 있다. 일요일이기도 하지만 눈이 많이 내려 사람들이 차량 운행을 삼가는가 보다. 길에 나섰지만 시내는 전혀 제설작업이 돼 있지 않아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한다. 시내를 벗어나니 온통 눈세상이 펼쳐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겨울다운 모습을 본다. 2022. 12. 18.
만경강의 늦가을 풍경 대야와 청하 사이에 있는 만경대교 아래로 억새를 보러 갔다가 찍어놓은 풍경 사진을 발견했다. 가을색이 진한 모습이다. 2022. 12. 18.
여수 충민사를 찾아서 여수에 오다. 게장집에서 점심을 마치고 비오는 낭만포차 거리에서 하멜등대를 만나고 맑은 남해 바다 속을 들여다 보면서 해변공원길을 걷다가 충민사에 오르다. 이곳은 임진•정유왜란 때의 영웅이신 이순신, 이억기, 안홍국 세 분을 모신 사당이다. 유물관 앞에 전시된 총통들을 둘러 보고 낡은 갑주 앞에 서니 저 옷을 입고 싸웠을 선조들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그리고 이름도 없이 죽어간 의병들과 희생된 민초들이 그려져 코끝이 찡해져 온다. 사당은 공사 중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간 선조, 시민들이 피난을 가지 못하게 한강 다리를 폭파시키고 내뺀 이승만 같은 지도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사당 계단을 내려오다. 숙소 앞 서목섬에 흐린 저녁이 밀려 온다. 2022.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