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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김영란 시 황사 / 김영란 낙엽 빛깔 바람도 연두 빛깔을 찾을 것이다다정한 사람과 고운 말 나누고 싶어지기도 할 것이다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곧 꽃이 필 것이다즐겼다 편해졌고 단정해졌다사소하고 하찮게 자발적 외톨이를 선택했고미련한 것들에게 마음을 주기도 했다한 번은 AI에게 사주를 점치고영역을 지키는 동물처럼 같은 공간을 맴돌았다단촐한 기차 여행을 했고 어두울 때는 돌아왔다어쩐지 잘 안보이시길래 바쁘신가... 했어요제가 파트 타임 일자리를 구했어요드물게 단골 찻집에 들려 주인과 인사 나눴다손뜨개 드레스의 치맛단이 길어져 무늬를 바꿨다가끔 영화관에 가서 울고 웃었다적당히 책을 읽고 적당한 거리를 걸었다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혼자였지만 혼자 있고 싶었다내가 원했던 건 철저한 고립과 침묵아무렇지 않았.. 2026. 6. 1.
호랑거미/성정현 시 호랑거미/성정현내 집은 공중그네 어둠의 주추를 놓고아무도 깃들지 않은 바람으로 엮은 처마벼랑을짚고 짚어도하루살이만 숨죽이고언제쯤 우리도 남루한 저녁 한때끼니 걱정 하나 없이 마음의 빚도 없이단 한 번사랑을 위해날아오를 수 있을까바지랑대 선회하던 그림자 길어지면너를 포획하기 위해 중심에 붙박인 몸열두 번허물을 벗어허공으로 길을 낸다성정현 시인 - 1972년 상주- 201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한국MHS 심리상담사 재직- 백수문학관 시조아카데미회원 https://youtu.be/ZbrZwZEFApU 2026. 6. 1.
김제 동헌 김제 동헌엔 동헌과 내아, 피금각 등 세 동의 건물이 남아 있다.동헌은 다른 곳의 형태와 약간 다르게 되어 있는데 크기도 네 칸 정도로 작지 않은 규모이다. 여러번 중수되는 과정에서 언제 이런 형태로 변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읍사무소로 사용되고 있었고 그 뒤 예식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이 동네에서 자랐지만 이곳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다만 예식장이 나가고 난 뒤 고쳐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내가 고향을 떠난 뒤 주변 주택들을 수용해서 동헌이 있는 블록을 모두 공원화했는데 그 과정을 고향 찾을 때 가끔씩 보기도 했다.피금각은 한 칸 정도의 자그마한 정자인데 온돌방과 마루가 갖춰져 있고 주로 수령의 휴식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내아는 독특한 형태와 역사적 .. 2026. 4. 28.
김제 성산의 향교 김제 성산의 향교 향교를 거쳐 성산에 오르다.향교 오른쪽에 제각을 지금도 그대로다. 제각지기의 딸이 동창이라고 친구가 말해 주는데 기억하지 못하겠다. 향교 뒷길에 병*가 살았다고 손가락으로 가리켰지만 기억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세월은 사람도 그리고 이름마저도 서로서로 잊게 만든다. 그때는 그렇게 큰 산이었는데 성인이 되어 오랜만에 올랐을 때 이렇게 주먹 만한 곳이었다는 놀라움이 잊히지 않는다. 5.16군사정권은 고사리 주먹들까지 조식 전에 이 산에 올라 채조를 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첫날 채조를 마치고 내려가다가 우리집과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지나치는 곳들이 생소했다. 겁이 덜컥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등교하던 같은 반 시골 친구 백*가 겁에 질려 달리던 나를 발견하고 눈.. 2026. 4. 28.
고창 청보리밭 청보리의 청색과 유채의 노란색이 대비되어 무척 잘 어울리는 듯하다.전에 비해 주차장을 크게 만들었고 먹거리 포장집도 많이 늘었는데 내방객은 그전보다 많지 않아서 느긋하게 둘러 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다.주차비는 1만원이다. 고향사랑 소비쿠폰으로 현지에서 상품권처럼 사용할 수 있다. 70%까지 사용하면 나머지는 환불도 가능하다. 유채밭 안으로 들어가는데는 3천원을 추가로 요구한다.호떡집 앞에만 사람들이 몇이 있었다. 저거다 하고 가보니 가격이 개당 2천원이라 써 있다. 5개 사겠구나 했는데 딱 2개 남았다. 두 개 살게요 했더니 여사장님께서 바케스에 쿠폰을 넣고 6천 원을 꺼내 가란다.호떡집 사장님 만세! 2026. 4. 24.
고창 무장읍성 아담하고 잘 가꾸어진 무장읍성이다.정문쪽은 공사중이고 임시로 개설된 통로로 들어서니 정겹게 느껴지는 풍광이 펼쳐진다.고창읍성과 달리 느티나무가 주수종을 이뤄 시야가 많이 확보되니 시원하다.우선 누각에 올라 반듯하게 네모진 연못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다.읍취루의 내력을 읽고서 객사를 거쳐 느티나무 숲 아래서 전설 속에 빠져 본다.동헌이 뒤쪽으로 자리하고 있어 내방객을 우선한 건물 배치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주변에 높은 산도 보이지 않는데 못에 물이 용솟음쳤다니 성터로서 제격이 아닐 수 없다.성문 앞으로 폐상가들을 조용히 지나치다. 무장읍성 남문 .. 2026. 4. 24.
저 문 앞에서 서성이는 저 문 앞에서 서성이는/김밝은 ​우리의 마지막과 만나면 어떤 인사를 해야 할까 당신의 심장은 아직도저 혼자 싱싱하게 펄떡인다는데 뒤늦은 인사처럼 눈이 내리고간절한 목소리를 목숨처럼 껴안을 때뜨겁던 당신의 붉은 몸도 닫히게 될까 우리가 그토록 그리던 이국의 어디쯤푸른빛으로 모르포나비 손짓하고 있을지 모른다며잠깐 웃었던 어제를 기억하라 했던가 죽음이 춥고 어둡다는 건가보지 않은 이들의 말일뿐일지도 몰라서 생에서 돌아서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내 욕심을 그만 내려놓을까 하면서도 잘 가,라는 말은 너무 멀고안녕, 이란 말은 너무 가벼워서 아직마지막 인사말을 찾지 못했네 ​월간 『모던포엠』 2025년 2월 클릭하면 시가 노래로 나옵니다. https://youtu.be/ZoK1SBEkoks?t=4 2026. 4. 4.
변산반도 고사포의 겨울 2023. 2. 12.
국립세종수목원 온실의 꽃들 2023. 2. 12.
어린 날 대보름 즈음의 추억과 진도 남도진성 얼마 전 대보름을 보냈다. 보름날 이틀 전에 아내는 보름장을 봐야 된다고 로컬푸드로, 대형 마트로, 장터시장으로 한기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부려 먹었다. 보름 하루 전 찰밥과 구운 생선과 나물 반찬 몇 가지를 싸 주면서 어머니댁에 가져다 드리라는 명령도 내렸다. 어머니는 경로당에 계셨다. 막상 어머니한테 찰밥 가져왔노라고 말씀드리니 오지랖도 넓으신 당신께서는 이것은 경로당에서 나눠먹어야 된다며 바구니째 가져오라 하셨다. 그렇게 며느리의 정성을 깡그리 뭉개버리셨는데 한참 뒤 경로당에서 한과만 덜어내고 어머니집으로 바구니를 도로 가져 오셨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드리려 장만한 것을 우리들이 먹을 수 없다' 하시면서.... 나 어릴 때는 대보름날 뿐만이 아니라 겨울 내내 들판에서는 불놀이가 벌어진다. 우.. 2023. 2. 12.
남종화가 꽃 핀 운림산방의 겨울 매번 운림산방을 찾아갈 때마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감상을 하지 못해 그동안 참 부끄러웠다. 이번 방문에서는 소치 미산 남농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니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차이가 이제 내 눈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1대 소치의 작품은 담묵과 중간묵을 주로 사용한 듯하며 붓끝이 갈라지는 갈필의 기법이 약간 거친 듯하지만 그림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늦게야 꽃을 피운 2대 미산의 작품들은 담묵과 농묵을 사용하여 원근감을 나타내면서 먹물을 충분히 적셔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3대의 작품 중 가장 정적인 느낌이 든다. 이곳 운림산방을 완성한 3대 남농은 농묵을 좀더 많이 사용한 듯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것처럼 거칠면서도 야성적인 느낌이 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나무.. 2023. 2. 5.
진도 세방낙조 전국 해안도로 중 가장 아름답다는 곳. 중앙기상대가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선정했다는 곳. 그곳 낙조 시간을 맞추느라 남도진성을 서둘러 출발했는데 조금 일렀다. 팽목항을 거쳐오고 일몰 뒤에는 볼수 없기에 해안도로는 다음에 구경하기로 할 수밖에. 낙조를 감상하는 동안 고깃배 한 척이 음악을 크게 하고서 앞바다를 지나갔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물든 바다를 가르는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터키 여행 때 가이드가 말했다. "이곳은 해가 크게 보입니다." 정말 그랬다. 엄청 컸다. 터키 다음은 될 것 같다.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