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태풍...
그 깊은 상처.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면
어쩌면 불행한 일일지도...
'퍼 온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 이외수 (0) | 2006.08.05 |
---|---|
바람의 말 / 마종기 (0) | 2006.08.01 |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이정하 (0) | 2006.06.29 |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0) | 2006.06.27 |
슬픔을 위하여/정호승 (0) | 2006.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