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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33

월명산에서 월명산에서 아내를 먼저 보내고 그동안 다니지 않았던 동국사 가는 길로 내려가 보았다. 삼불사 지나 오른쪽 샛길로 접어드니 지난 날의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20여 년도 더 지난 오래 전에 다니던 곳을 찾은 것이다. 무릎이 다치기 전에는 휴일이면 월명산 능선을 타고 거의 달렸다. 배수지에서 석치산으로 월명산 장계산 점방산 그리고 설림산을 거쳐 되돌아 오는 코스가 내 길이었다. 붉은 낙옆들이 쌓인 곳을 음미하듯 걷는다. 이제는 야자 매트도 깔아놓아 제법 푹신해졌다. 지팡이를 든 백발 어르신 한 분이 천천히 내려온다. 얼마 뒤의 내 모습이다. 참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사진첩에서 오래된 사진 하나 꺼내들고 옛날을 생각하듯 산길을 내달려 오르내렸던 시절을 잠시 생각했다. 다시 못 올 날들에 대해. 2022. 11. 16.
정해지지 않은 세상 계란 반숙 1개 감자 반쪽 두부 반에 반에 반 모 곰탕국에 공기밥 두어 술 바나나 반 개와 견과류 몇 개 섞은 야쿠르트 야채쥬스 반 컵 아침 식단이다. 가끔 이 순서를 어기고 두부를 손대기 전 입맛에 좋은 야쿠르트를 먹으면 왜 순서를 지키지 않느냐고 아내는 성화다 어차피 똑 같은 곳으로 가는데 순서가 무어냐고 대들면 책에서 전문가가 정한 순서란다 세상에 정해진 것이 얼마나 되는가 걷기 시작할 때 왼발이 먼저인가 오른발이 먼저인가 산에 올라 경관을 바라볼 때 왼쪽부터 보나 오른쪽부터 보나.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고 또 어떻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 세상 일이 아닐까. 얼마 전 장항선을 잠시 탔다. 비 내리는 장항선이다. 2021. 7. 5.
투명 인간이 되는 마을 <웅포대교 인근> 투명 인간이 되는 마을 인가가 보이는 언덕길에 올라서자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가 짖자 또 한 마리가 따라 짖고 이내 서너 마리쯤 되는 소리들이 번갈아 또는 겹쳐가며 들리는데 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공중을 가른다. 개가 짖으면 사람들이 살.. 2020. 3. 11.
익산 성당포구 익산쪽에서 내려와 성당포구에서 금강과 합해지는 물줄기. 금강을 거슬러 올라온 조운선들이 저 물줄기에 의지해 배들을 대고 쉬었을 것이다. 가까이서 놀던 비오리 녀석들이 내가 차 문을 열고 나서자 멀찍이 도망가 저쪽에서 노닌다. 우산을 들었지만 카메라도 나도 비의 침범을 반 이.. 2020. 2. 12.
터키 여행5(성소피아 사원의 박물관) 마지막 날이라서 더 감동이 큰 걸까? 성소피아 사원의 박물관은 내가 본 건축물들 중에서 가장 경이로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돔형 천장을 떠받치는 기둥들과 그 재질, 그리고 그 내부 공간의 넓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벽 등에서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연방 사진을 찍고 손으로 .. 2019. 11. 16.
터키 여행4(에페소 로마 유적지와 그리스풍의 쉬린제 마을 ) 세계 최고의 유적지라는 에페소에서 강성했던 로마의 모습의 끝은 어디일까보다 기둥을 세우고 바닥을 깎고 물길을 만드는 노예들의 땀방울이 이뤘을 강물을 그려 보며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끝은 과연 있을까 생각하니 무참하게도 비극만 그려지고 있었다. 결국 신이 존.. 2019. 11. 10.
터키 여행3(안탈리아 히아드리아스 문과 파묵깔레의 하얀 석회층) 안탈리아의 히아드리아스 문을 지나 파묵깔레의 매마른 석회층에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가는 변화를 보았다. 광고에 등장하는 풍부한 유량은 사라지고 황량함이라 포현할 수밖에 없는 하얀 벌판 한쪽에서 겨우 양말 벗은 발목을 적시며 사진에 웃음을 담는 우 리 들. 2019. 11. 10.
터키 여행 2(카파도키아의 데린구유와 괴레메 그리고 파샤바 계곡) 카파도키아 1만여 명이 살았다는 지하도시 데린구유 강자가 있다면 반드시 약자 또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 진정 세상의 순리라면 난 역리의 세상을 꿈꾸겠다. 카파도키아의 전망대 우츠히사르를 바라보며 우리의 고통이 수시로 변하는 신들의 장난일까 아니면 우매한 인간들이 만들어 .. 2019. 11. 10.
터키 여행 1(이스탄불 술레마니에 사원과 그랜드바자르 시장) 제일 먼저 만난 길거리 음식이 목에 걸리는 이유를 12시간 비행에 붙였습니다. 용서를 구할 것이 너무 많아 이마를 기대고 쓰러지기에는 그 붉은 양탄자마저도 좁아 보였습니다. 모스크 첨탑 아래 젊은이들이 넘쳤습니다. 사랑엔 지불한도가 없다는 거짓말에 속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 2019. 11. 10.
군산 은파저수지에서 가을을 느끼다 갈바람 타는 계절 / 정기모 눈부시게 빛나는 초가을 아침 지긋이 어깨를 누르며 지나가는 이 살가움의 손길은 누구인가요 물음표를 앞세우고 잘 익은 사과향기 앞세우고 별들의 추억을 베어 무는 이 누구인가요 빈손으로 받아드는 손부끄러운 계절 보랏빛 구절초 한 아름 그대 창가에 내.. 2019. 9. 24.
낚시 중 급조한 비옷 87 2013. 8. 25.
마라도 짜장을 먹고 마라도에서 짜장을 먹었다. 이 지구상에서 인구 대비 짜장면집이 가장 많은 곳이 아마 마라도가 아닐까. 싹싹 먹어 치웠다. 짜장을 먹고 말을 타니 말이 냄새 난다고 마구 달린다. 처음엔 겁이 났지만 잘 발달된 운동 신경이 뒷받침해 줘서, 한 바퀴를 돌고 난 뒤에는 앙탈부리던 말을 순한 양처럼 잘 .. 2009. 4. 18.
푸른 달을 한 입 베어 물면 '꽃피는 삶에 홀리다'를 읽다가 조용미의 시 한 구절이 나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걸어본 자는 알 수 있다 숲의 밖으로 난 길이 사람을 다시 산속으로 이끈다는 것을 원시를 검색을 해 보았다. 푸른 달을 한 입 베어 물면 /조용미 저물녘 산에 올랐다 그만 해를 떨어뜨렸다 해 진 여름 숲, 산발한 나뭇.. 2009. 4. 5.
꽃 피는 봄날에 새벽부터 밤까지 근무를 하다 보니 언제 꽃이 피는지를 모르고 산다. 어제는 점심을 먹은 뒤 곧장 올라와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는데, 공원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늙은 벚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사방 천지가 꽃천지.. 2009. 4. 3.
치약을 짜면서 나는 어렸을 때, 치약을 쓸 때에는 아래서부터 짜서 쓰도록 어른들로부터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성인 되고 결혼해서 아이들을 나을 때까지 아주 단정하게 아래로부터 꾹꾹 눌러 짜서 쓰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 자라 치약을 스스로 사용할 때가 되었을 때,.. 2008.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