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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호랭이의 입

by 여름B 2006. 7. 11.
태풍으로 인하여 일찍 집으로 돌아오니 호랭이가 실실 웃는다 '멀 잘 못 묵었나? 왜, 쪼개고 그래?' 얼마 전 멀쩡하던 딸의 입이 변형이 온다고 지나가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가 앞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치과에 가서 사진을 찍었고 3일 뒤에 교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괜찮은 것을 왜 그래?" "아니야, 20살이 넘어서도 변형이 온대. 지금 얘가 그때인가봐. 나도 그랬어. 고등학교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이렇게 나오더라고" 하면서 자신을 입을 내민다. 사실 호랭이 입이 앞으로 나왔는지 들어갔는지 별로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 남이 특별히 눈치 못 챌 그 정도인데 정작 본인은 꽤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 그럼 결과를 봐서 교정을 해 주지" 나는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아들 두 놈이 교정기를 끼고 있는데 딸까지 하게 생겼으니 내가 부담해야 할 엄청난 경제적 중압감이 태풍처럼 밀려 오고 있었다. 사실 수백만 원씩하는 아들의 교정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거기에 딸까지 가세하니 이제 천문학적(?) 비용으로 올라갈 것이다. 태풍을 피해 일찍 들어왔더니 더 큰 태풍을 만났다. 그런데 내가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블럭질을 시작하는데도 호랭이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티비 앞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할 말 있어?' 내가 올려다 봤다 "말해 봐" 계속 망설이기에 내가 말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이번에 딸이 할 때 같이 하면 안 될까?" 헉! . . . 여러분의 가정에는 태풍의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2006/07/11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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