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인하여 일찍 집으로 돌아오니 호랭이가 실실 웃는다
'멀 잘 못 묵었나? 왜, 쪼개고 그래?'
얼마 전
멀쩡하던 딸의 입이 변형이 온다고 지나가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가 앞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치과에 가서 사진을 찍었고 3일 뒤에 교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괜찮은 것을 왜 그래?"
"아니야, 20살이 넘어서도 변형이 온대. 지금 얘가 그때인가봐.
나도 그랬어. 고등학교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이렇게 나오더라고"
하면서 자신을 입을 내민다.
사실 호랭이 입이 앞으로 나왔는지 들어갔는지 별로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 남이 특별히 눈치 못 챌 그 정도인데 정작
본인은 꽤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 그럼 결과를 봐서 교정을 해 주지"
나는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아들 두 놈이 교정기를 끼고 있는데 딸까지 하게 생겼으니
내가 부담해야 할 엄청난 경제적 중압감이 태풍처럼 밀려 오고
있었다.
사실 수백만 원씩하는 아들의 교정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거기에 딸까지 가세하니 이제 천문학적(?) 비용으로 올라갈 것이다.
태풍을 피해 일찍 들어왔더니 더 큰 태풍을 만났다.
그런데 내가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블럭질을 시작하는데도
호랭이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티비 앞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할 말 있어?'
내가 올려다 봤다
"말해 봐"
계속 망설이기에 내가 말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이번에 딸이 할 때 같이 하면 안 될까?"
헉!
.
.
.
여러분의 가정에는 태풍의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2006/07/11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