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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81

이별 이 별 이보게 그거 별 것 아니더군. 산에 오르기가 힘들어도 내려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더군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뜨거움도 찻잔 하나 식으니 싸늘해지고 웃음으로 쌓아올린 옹근 성벽이 해빙기의 얼음처럼 단 한 번의 바람에 조각조각 부서지고 말더군 정제되지 못한 자모 몇 개가 가리마가 되어 .. 2006. 1. 1.
네 등을 바라보며 네 등을 바라보며 바람 타고 별을 따러 갔다가 돌아와 모로 돌아 누운 네 등 지푸라기에서 풀빛 냄새가 났다. 지친 숨소리는 곱게 쌔근대지만 이슬 묻은 머릿결 반짝이는 냉기가 시퍼렇다. 네가 찾는 별은 내 가슴에 뜨지 않고 세월은 아픔처럼 흘러 하얘지는데 지푸라기 하염없이 떼어내지만 차마 제.. 2005. 11. 26.
우리 다음에는 우리 다음에는 우리 죽어서는 만나지 말자. 그때도 사랑할 사람은 그대뿐 너에게 주었던 뜨거운 가슴이 너의 발길에 얼음으로 부서져 칼날되어 일어서고 잔숨결로 속삭이던 그 무수한 자음과 모음이 네 벽에 부딪쳐 알 수 없는 언어가 되어 허공에서 떠도는데 네 가슴 이미 식어 한 조각 모음마저 잡.. 2005. 11. 4.
가을 비 가을 비 젖은 걸음들이 어둠을 재촉하면 매무시 고치는 가로등 버려진 우산 하나 구겨진 거리에서 비에 젖어 저물어간다 한때는 누구의 하늘이었던 적이 있었지 喪服으로 검게 쓰러져 우는데 비는 내리고 2005/09/27 여름비 2005. 9. 27.
신성리에서 신성리에서 갈대 숲 방부처리된 통나무 의자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으스스하다. 수많은 인적들이 오고가며 세월로 다져진 진흙 바닥에 누군가 끊다가 그만두고 간 갈대 하나 쓰러져 운다. 그만 일어서자. 날은 지쳐 어두워지고 저녁이 가벼이 휩쓸고 지나가는데 나는 안다. 지난 바람은 뒤돌아 보지 않.. 2005. 9. 20.
9월 건너가기 9월 건너가기 네가 그렇게 이른 낙엽이 되어 내 혼을 끌고 가버린 그날 아침에는 백지같은 안개가 무수히 내렸었다. 종일 무겁던 하루가 부빌 데 없이 떠돌다가 빼꼼이 열린 창들이 지켜보던 골목길에 오르면 어느 집에선가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따르던 숨 죽인 달빛이 비틀거리는 발걸음.. 2005. 9. 6.
흔 적 흔 적 /여름비 혼자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불 하나씩 피워 놓고 산다. 혼자 지새는 가슴에 한 가닥 미련으로 지핀 꺼질 듯 꺼지지 않는 눈빛도 길을 잃고 가슴마저 기댈 곳 없는 휴지 같은 사람들 태우고 태워도 연소되지 않는 흔적 버려진 사람들은 한 덩이 숯같은 슬픔을 안고 산다. 2005/09/03.. 2005. 9. 3.
주점에서 주점에서 /여름비 바라보면 모두 안개같은 사람들 저마다 옷을 걸친 삶의 방식들이 술빛 목소리를 타고 비틀거리다 지친 불빛 아래 줄기로 오르고 무겁게 꺾어 보지만 언제나 마시는 건 빈 가슴뿐. 창 밖을 달리는 저 불빛들은 진정 갈 곳을 못 찾은 것일까. 하루의 마침표마저 찍어내지 못하는 어깨들.. 2005. 8. 20.
강물이 흐르는 까닭은 강물이 흐르는 까닭은 /여름비 사람들은 모른다 왜 강물이 흘러가는지 지친 하루가 나래를 접고 눈물보다 맑은 이슬이 풀잎을 찾으면 귀신같이 처량한 울음으로 들썩이는 저 강을 보아라. 아이들 물장난 소리는 종이배 따라 떠내려가고 가면 벗은 교교한 달빛이 모래알처럼 부서지는 여울에 제 가슴.. 2005. 8. 15.
흔들리는 사랑 흔들리는 사랑 /여름비 사랑은 언제나 흔들리면서 시작되는가. 눈 시린 겨울 축복으로 새벽 마음이 빛나고 열정처럼 쏟아지던 빗줄기도 풀석이는 가슴을 잠 재우지 못하는데 적막 속에 이슬을 머금은 상념들은 그리움을 잉태하고 지축으로부터 솓아 오른 순백의 설레임은 주체 못할 유영으로 .. 2005. 8. 13.
비가 오는 날 비가 오던 날 / 여름비 그 날의 우산 속은 따스했었지 손잡이에 매달린 네 손에 살며시 포개어진 내 영혼 손끝을 타고 올라오던 소름끼치던 황홀한 전율 비바람은 몰아쳐 흔들린 마음은 가을도 오기 전에 젖어 버렸지 가로등 숨 죽인 골목길에서 빗물도 끄지 못한 불꽃으로 피어나던 너의 입술 초롱한 .. 2005. 8. 8.
비가 오는 저녁 비가 오는 저녁 /여름비 아파트 앞 작은 저녁에서 때 절은 탁자가 악착같고 난 탄력 잃은 의자에 겨우 붙는다. 우수수 열린 문으로 여름이 쏟아져 들어오고 구겨진 사내가 개처럼 몸을 털었다. 너도 주인처럼 날 탁자 위에 술 한 병 던졌었지 네가 준 절망을 따르면 허! 눈물같은 이 한 잔에 모두 담겨질.. 2005. 8. 5.
비 오는 날에 쓰는 편지 비 오는 날에 쓰는 편지 /여름비 비가 오는 날에는 편지를 쓴다. 양철 책받침을 찔러 놓고 침을 묻혀 가며 받아쓰기하듯이 또박또박 써 나가면 빗방울만큼 많은 사연들이 튕겨져 오른다. 추억들이 빗방울 되어 바랜 종이 위에 줄기되어 흐르고 젖은 상념들은 강물을 이룬다 흘려 보내지 못한 여름날의 .. 2005. 7. 28.
너를 곁에 두고서 너를 곁에 두고서 /여름비 너를 곁에 두고서 나는 앉으란 말을 하지 못 했네 네가 곁에 있어 저 깊은 곳에서 꽃이 일어 가슴이 활활거리는데 너의 곁에 있어 태풍처럼 회오리 일어 천지가 어지러운데 다가설 수 없는 벽 앞에서 나는 앉으라 말을 하지 못 했네 영혼을 가르며 온 너를 곁에 세워 두고서 20.. 2005. 7. 22.
능소화 능 소 화 -여름비- 아침 비 가랑가랑 어깨를 적시는데 국화순 꺾어 주다 담장을 본다 능소화로 다가온 그대 환하게 웃어 옆에 있었다 이제 가려면 차라리 그 모습으로 젖가슴 물려 자결을 하라 네 추한 모습 더욱더 싫다 그날의 시린 가슴 잊지 않으마 너 가도 나 울 수가 없다 2005/07/07 2005.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