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이기81

억새 억새 어느 헛된 그리움이 이리 하얗게 자라도록 강으로 강으로만 머리를 날리고 있더란 말이지 세월처럼 강물은 흘러 이제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역류하지 못할 사랑 쇠도록 기다리고 있더란 말이지 2006/08/06 여름비 Non so proprio cosa dirti (사랑의 눈물) - Paolo E Ludia (Lydia and Paul) 2006. 8. 6.
강가에 나가 강가에 나가 흐르는 것은 저 강물만이 아니고 지나가는 것은 저 바람만이 아닌 것을 날마다 저물어가는 강가에 나가 깊어가는 안타까움 띄워 보낸다. 계절은 지나 철새들 자취도 없고 갈잎 새 이파리로 파랗게 물이 드는데 기다린다고 피지 않을 꽃이 힘들어 피는 것도 아니련만 왜 흐르는 강가에서 .. 2006. 6. 18.
나포에서 나포에서 누가 버렸을까 구겨진 담배곽이 바람에 굴러간다. 던져진 어망에서 생명체 팔딱이는데 낚시꾼의 가방이 오후처럼 바랬다. 선뜩 팔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 빈 가슴을 쓸어 본다 하나 둘 꺼내 주다 빈 껍질로 던져진... 누가 버렸을까 던져진 인연 저녁 바람에 쓸려간다 2006. 06. 11 2006. 6. 11.
석양 석양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이만큼의 거리에서 너를 바라만 보는 것은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까닭이다. 안타까움으로 안타까움으로 손을 내밀면 한 음계씩 어두워지다가 끝내 뒷걸음으로 사라지는 너. 2006/05/15. 대전 국립과학관에서 곤충전이 열려 잠시 들러 보았다. 나비 표본들과 얼마 간의 곤충.. 2006. 5. 15.
사월에 사월에 봄에도 외로움을 타는가 사월의 바람 속이 겨울보다 매서웁구나 옷깃을 세우면서 외롭다고 해도 되는 것일까 저 새 하얀 허공 홀로 바람 속을 헤매는데 이 찬란한 봄에 외로움에 젖어도 되는가 외롭다고 말해 놓고 왜 이렇게 부끄러운가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도 부끄러운 것인가 이 봄에는 2006.. 2006. 4. 29.
내 전생은 내 전생은 내 전생은 결국 장돌림이었을까? 막걸리 사발로 위벽을 데우고 초사흘 희미한 밤길을 흥얼거리며 걸어 가는 그림자 얼어붙지 않은 개울을 건너가며 종종 이름 모를 들짐승의 파란 울음소리를 들었다. 혼불이 반짝이는 개여울에 담배불 밝힐 때 놀란 꿩 푸드득 날아 올랐지 먼 길 떠나지 못.. 2006. 4. 22.
산도화 산 도 화 산도화 꽃 진 자리에 수캉아지 성기같은 씨방들이 가지마다 붙어 있다 그래도 꽃을 피웠다고 주인의 눈을 속여 가며 열매를 맺었구나 서툰 인연 피우다가 세월 하나 수정시키지 못하고 이슬로 흘려 보내는 봄 2006.04.09 2006. 4. 9.
홑청을 입히며 홑청을 입히며 아내가 거실에서 홑청을 입히고 있다 딸이 덮고 자던 겨울 이불이다 나는 등받이 하나 달래서 이불 한 쪽에 대고 누워 딸같이 예쁜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 문을 열면 열기 없는 공간에 불을 끄고 자리에 반듯하게 누운 작은 딸이 인형처럼 눈을 반짝인다. 이불을 턱까지 올렸다. .. 2006. 4. 1.
바람 바람 저도 그냥 가기 싫었던 게지 삼 월이 다가도록 저승으로 가지 못한 처녀 귀신마냥 기다리고 있었을거야 그래서 이처럼 매서운 게지 깃발이 찢어지도록 제 몸을 내던지면서 2006/03/28 여름비 2006. 3. 28.
무량사에서 무량사에서 노란 잎 떨구던 저녁 바람 어스름보다 먼저 지쳐 쓰러지고 동승의 빗장소리 사체마다 문을 닫는다. 좁다란 포도 위에 인적이 끊어지면 어둑어둑 무성해지는 잡풀 속 벌레소리들 밭아진 개울에는 숨을 죽인 지친 적막 바람도 맨땅에 모로 누워 하루를 감는다 바람 끝에 들려오는 흐느끼는 .. 2006. 3. 21.
선창에서 선창에서 얼음 조각 몇 개 싣고 밀려온 흙탕물이 잠시 머물다 서서히 뒷걸음질을 친다 희망을 낚겠다고 두터운 방한복들이 장항 제련소 굴뚝을 향하여 납덩이를 던진다 끝 간 데서 건져 올리는 건 언제나 찢어진 하루. 2006/01/14 여름비 2006. 3. 19.
병원에서 병원에서 소아암 병동에는 시원한 까까중이 된 작은 웃음들이 뛰어다닌다. 저마다 반짝이는 민대머리에 파랗게 그려놓은 좌표 내일이면 다가올 기계소리 한지만큼 얇은 저 껍질 아래 그 축이 만나는 어느 꼭지점에 있을 작은 고통 하나씩 안고서도 울음이 자리 잡았던 복도 구석까지 숨바꼭질로 어린.. 2006. 3. 9.
산도화 산도화 작년에 사다 심은 산도화 가난하게 실꽃 눈을 뜬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며 벌써 지는 것을 생각한다 참 아슬하다 그대 지나간 자리 침묵이 우두커니 서 있고 두절된 세상 내 갈피에는 흐린 흔적만 남아 있는데 이제야 가끔씩 흔들리던 마음은 지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날을 기다리던 실록을 쓴다 .. 2006. 3. 5.
겨울 안개 겨울 안개 손 깊이 넣은 보안등 눈이 졸립다. 드라이아이스 증기처럼 깔려오는 눈썹 하얀 그리움 어두워질 수 없는 희미한 슬픈 그림자 2006/01/14 여름비 Les Deux Destinees의 두개의 운명 2006. 1. 14.
관계 관 계 다가오지 않아도 바라만 보아 좋을 기다려도 다가가지 않아도 그렇게 서로 아프지 않고 아름다울 수 있는 아쉬운 이만큼의 거리 너와 나 우리 둘 Francoise Hardy의 Le premier bonheur du jour(하루의 첫 행복) 2006.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