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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

9월 건너가기

by 여름B 2005. 9. 6.
  
        9월 건너가기 네가 그렇게 이른 낙엽이 되어 내 혼을 끌고 가버린 그날 아침에는 백지같은 안개가 무수히 내렸었다. 종일 무겁던 하루가 부빌 데 없이 떠돌다가 빼꼼이 열린 창들이 지켜보던 골목길에 오르면 어느 집에선가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따르던 숨 죽인 달빛이 비틀거리는 발걸음에 움찔 놀라고 졸던 가로등이 눈을 껌벅거리면 누군가 버렸을 휴지 조각이 하얗게 눈을 흘겼다. 뒤따르던 달빛마저 어두운 냉기에 문밖을 서성이다 담벼락에 기대서면 대추나무 그림자 홀로 외로운데... 들썩이는 가슴으로 쥐어 보는 빈 주먹
        그날
        나는 끝내 언덕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말았었다 2005/09/06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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