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쓰는 편지
/여름비
비가 오는 날에는 편지를 쓴다.
양철 책받침을 찔러 놓고
침을 묻혀 가며 받아쓰기하듯이
또박또박 써 나가면
빗방울만큼 많은 사연들이
튕겨져 오른다.
추억들이 빗방울 되어
바랜 종이 위에 줄기되어 흐르고
젖은 상념들은 강물을 이룬다
흘려 보내지 못한 여름날의 흔적으로
뿌옇게 일어나는 물안개
짧았던 열정이
이렇게 긴 강물을 이룰 줄이야
바다
사연은 바다가 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바다같은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싶다
200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