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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고창 선운사 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2020. 3. 21.
논산 탑정호의 왕버들 호수의 물이 가득하다. 왕버들 아래로 솎아 잘라낸 왕버들이 쌓여있다. 베어냈으면 거둬들여 땔감이나 거름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면 좋으련만 저렇게 놔두면 수질이 나빠질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 아닌가. 기분만 나빠져 돌아가기는 싫은데.... 2020. 3. 21.
서천 월하성의 쌍도 서천 서면 동백정 앞에 있는 오력도 비인면 선도리 앞 쌍도 할미섬 섬들이 놀다 / 장대송 빈 벽에서 먼 바다의 섬들을 보았다 섬들이 놀고 있다 우울했다가 심심했다가 깔깔대다가 눈물 흘리다가 사는 게 노는 것이라고 했다 집이 되었다가 용이 되었다가 상여가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 2020. 3. 18.
서천 봉선저수지 소스라치다 / 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국립국어원에서 팬데믹(pandemic)이란 용어를 '세계적 유행'으로 코호트격리를 '동일집단격리'로 스윙보터를 '유동투표층' 등.. 2020. 3. 17.
안개 속에서/이향아 안개 속에서/ 이향아 바람이 불자 안개가 실크스카프처럼 밀린다 밀리고 흘러서 걷힐지라도 도시의 뒷골목 넘치는 하수구와 한 길 사람 속과 오래 가지 못할 거짓말과 무던한 안개가 품고 있던 것들 드러나지 않는 것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안개와 친해져서 사거리 터진 마당의 애.. 2020. 3. 14.
매화가 있는 풍경/박숙경 매화가 있는 풍경/박숙경 봄 햇살과 살바람 사이로 밧줄 하나 흔들린다 사내가 좌우로 아래로 발을 옮길 때마다 꼬리조팝 가지도 덩달아 요동친다 밧줄의 매듭법이 그의 목숨줄 비둘기 몇 마리 허공을 가르면 사내의 눈빛마저 흔들린다 가끔은 매듭을 풀어 낮달에 걸어놓고 숨겨둔 날개.. 2020. 3. 12.
투명 인간이 되는 마을 <웅포대교 인근> 투명 인간이 되는 마을 인가가 보이는 언덕길에 올라서자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가 짖자 또 한 마리가 따라 짖고 이내 서너 마리쯤 되는 소리들이 번갈아 또는 겹쳐가며 들리는데 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공중을 가른다. 개가 짖으면 사람들이 살.. 2020. 3. 11.
금강하구의 갯벌 영역 표시 곰은 굵직한 나무에 몸을 최대한 세워서 앞발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발톱 자국을 남긴다. 호랑이는 엉덩이를 뒤로 돌려 꼬리를 쳐들고 벽에다가 오줌을 사정없이 분사해 놓는다. 앞발도 없고 세울 수 있는 꼬리도 없는 바다는 자신의 영역을 비울 때마다 갯벌에 서각.. 2020. 3. 10.
봄이 왔는데 봄같지가 않아요. 온 세상이 코로나로 얼어 붙었다. 불어나는 확진자수와 무른 제방 터지듯 사방에서 발병하고 있는 상황을 보도하는 뉴스를 접하며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발뺌에 급급한 몰지각한 집단의 행태에 분노가 솟는다. 다구나 힘을 합쳐도 모자란데 이때다 하고 발병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집단.. 2020. 3. 7.
지리산 산동 산수유마을에서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2020. 3. 2.
홍산 관아와 객사 몇 년 전부터 손 봐 오던 홍산 관아가 완전히 정비된 모습을 보여줬다. 관아는 다섯 채의 건물군으로 되어 있다. 먼저 외문루라 불리는 정문과 정문 외쪽에 관청, 그리고 정문을 들어서면 수 령이 업무를 보던 동헌, 동헌의 왼쪽에 관아의 자제들이 공부하던 책방, 그리고 동헌의 오른쪽으.. 2020. 3. 1.
김제 흥복사 흥복사는 650년(의자왕 10) 고구려에서 온 보덕이 승가사란 이름으로 창건하였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 때 절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1625년(인조 3) 김제에 살던 흥복(興福)처사가 극락전을 중건하면서 이름을 흥복사(興福寺)라 불렀다. 1954년 불교정화운동 때는 흥복사가 임시 조계종 전북.. 2020. 2. 29.
완주 화암사의 극락전과 우화루 자동차로 오르는 길이 워낙 험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온다 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만나는 게 저 화장실이다. 경사면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환기와 낙하?가 이루어지게 지었다. 뒷문을 들어서면 요사체 뒷쪽을 보게 된다. 요사체 뒷쪽와 마주보는 산.. 2020. 2. 24.
신동엽 문학관 문학과 맞은편 문학과 모습. 오른쪽에 그의 생가 생가 정면 생가 측면 깃발 시 한때 같이 근무했던 임의수 화백의 달력이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하나 가져오다. 임화백의 펜화 임화백의 펜화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 2020. 2. 22.
홍랑의 실버들에 봄이 어리도다 당나라 장안의 동쪽에 파수가 흐르고 그 위에 놓인 다리가 파교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 파교에서 이별을 하였고 그 주변에 버드나무가 많았는지 버들가지 한 조각을 떠나는 사람에게 꺾어 주었는데 이 파교의 버들이 이별의 증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묏버들 갈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