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렌즈에 담기

홍랑의 실버들에 봄이 어리도다

by 여름B 2020. 2. 20.












 당나라 장안의 동쪽에 파수가 흐르고 그 위에 놓인 다리가 파교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 파교에서 이별을 하였고 그 주변에 버드나무가

많았는지 버들가지 한 조각을 떠나는 사람에게 꺾어 주었는데 이 파교의 버들이 이별의 증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묏버들 갈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窓)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소셔


  1583년 함경도 경성의 관기로 있던 홍랑은 당시 북평사로 와 있던 최경창의 시중을 들게 된다. 이듬해 서울로 돌아가는 최경창과의

이별이 아쉬워서 함관령에서 지은 시가 바로 '묏버들~'이다. 한 이태가 지난 뒤 최경창이 앓아 누웠단 소식을 들은 홍랑은 서울로

올라와 최경창을 간호하게 된다. 당시 국상 중이었는데 반대 세력들에게는 이것이 좋은 공격거리가 되었다. 반대파 사람들의 모략으로

관직삭탈을 당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홍랑과 이별을 고하게 된다.

이때 최경창은 홍랑을 난초를 꺾어주며 다음과 같은 한시 한 편을 지었다.


  相看脉脉贈幽蘭 : 아쉬워 보고 또 보며 그윽한 난초 드리오니

  此去天涯幾日還 : 이제 가면 머나먼 곳 어느 날에 다시 오랴

  莫唱咸關驀時曲 : 함관령의 옛날 노래 다시 불러 무엇 하리.

  至今雲雨暗靑山 : 지금은 궂은비 내려 청산이 어두워라.


그 후 1583년 최경창은 함경도에서 서울로 오는 도중 객사를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홍랑은 곧바로 달려와 최경창의 무덤에서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한다. 이어 임란이 발생하자 최경창의 유품을 간직하고 있다가 최씨 문중을 찾아가 돌려주고 난 뒤 사랑하는 최경창의 무덤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최씨 문중에서는 홍랑의 신분을 기생에서 양반으로 격상시킨 뒤 최경창의 무덤 옆에 묻어 주었다.


버드나무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봄에 가지를 꺾어 땅에 꽂으면 대부분 뿌리를 뻗어 새로운 개체를 이룬다. 이점이 이별 뒤에 다시

만나고자하는 희망으로 비춰져 이별의 증표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 봄이 거의 문전에 이르렀다. 저 가지에 가는 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맨들 그 세월을 누가 막으랴. 어차피 가는 세월이라면 버들가지나 

난초를 들지 않아도 진한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벗이 곁에 있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