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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꽃 피는 고창 선운사

by 여름B 2020. 3. 21.





















     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의 동백은 늦게 핀다.

4월 말이나 5월 초가 절정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곳에 비하여 늦어도 한참 늦다.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려야 볼 수 있어 곰삭은 맛으로 보러 간다 하면 된다.

그렇지만 꽃과 관계없이 일찍 찾아가더라도 일찍 핀 동백의 몇몇은 마주할 수 있다.

3월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흑매는 벌써 졌고 목련 이제 막 벌기 시작한다.

대웅전 앞에 수선화도 곱게 피었고 청매, 산수유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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