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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겨울 풍경

by 여름B 2006. 2. 14.
      겨울 풍경 /박남준 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는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 꽁지 만하다 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래 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 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았다 겨울 빨래는 말라간다 삶도 때로 그러하리 언젠가는 저 겨울 빨래처럼 뼈를 세우기도 풀리어 날리다가 언 몸을 감싸주는 따뜻한 품안이 되기도 하리라 처마 끝 양철 지붕 골마다 고드름이 반짝인다 지난 늦가을 잘 여물고 그 중 실하게 생긴 늙은 호박들 이 집 저 집 드리고 나머지 자투리들이 슬슬 유통기한을 알린다 여기저기 짓물러간다 내 몸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호박을 자른다 보글보글 호박죽 끓어간다 늙은 사내 하나 산골에 앉아 호박죽을 끓인다 문밖은 여전히 또 눈보라 처마 끝 풍경소리가 나 여기 바람 부는 문밖 매달려 있다고, 징징거린다 (시와 반시 200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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