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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복도에서는 이 복도에서는 /나희덕 종합병원 복도를 오래 서성거리다 보면 누구나 울음의 감별사가 된다 울음마다에는 병아리 깃털 같은 결이 있어서 들썩이는 어깨를 짚어보지 않아도 그것이 병을 마악 알았을 때의 울음인지 죽음을 얼마 앞둔 울음인지 싸늘한 죽음 앞에서의 울음인지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이 .. 2005. 12. 6.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이정하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커피 향기처럼 피어 오르는 날에는 세상을 향한 나의 창문을 모두 닫아 버리고 오직 당신을 향해 내 마음의 문을 엽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빨간 꽃봉오리처럼 내 마음의 잎새마다 가득히 맺혀 있는 날에는 세상을 향한 나의 창문을 모두 닫아 .. 2005. 12. 3.
광기의 시작이 아니길 요즘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있어서 윤리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활발하다. 우리가 군사독재 시절을 지나오면서 민주화 이념문제가 주 문제로 다루어져 오다 차츰 민주냐 독재냐의 다툼에서 멀어진 점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민주와 독재의 이념 문제가 소홀해진 가운데 등.. 2005. 11. 27.
네 등을 바라보며 네 등을 바라보며 바람 타고 별을 따러 갔다가 돌아와 모로 돌아 누운 네 등 지푸라기에서 풀빛 냄새가 났다. 지친 숨소리는 곱게 쌔근대지만 이슬 묻은 머릿결 반짝이는 냉기가 시퍼렇다. 네가 찾는 별은 내 가슴에 뜨지 않고 세월은 아픔처럼 흘러 하얘지는데 지푸라기 하염없이 떼어내지만 차마 제.. 2005. 11. 26.
서시 서 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2005. 11. 23.
아침의 향기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 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 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 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 2005. 11. 18.
사랑 지우기 통하는 블로그에서 또 하나의 사랑을 지웠다. 서러운 사랑은 소모된 연료통 하나 떨어지듯 끝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떨어져 나갔다. 여기까지 오르도록 날개가 되어 주고 있어 방해될 것도 없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공간으로 떠나 보내는 미안함의 망설임으로 저장을 하였다. 사랑은 오고 가는 것. 한.. 2005. 11. 16.
정도리에서 정도리에서 /나희덕 모난 돌은 하나도 없더라 정 맞은 마음들만 더는 무디어질 것도 없는 마음들만 등과 등을 대고 누워 솨르르 솨르르 파도에 쓸리어가면서 더 깊은 바닥으로 잠기는 자갈들 그렇게도 둥글게 살라는 말인가 아니다, 그건 아니다 안개는 출렁거리지 않고도 말한다. 저편에는 아무것도 .. 2005. 11. 14.
길 위에서 길 위에서 나희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 2005. 11. 13.
시린 상처뿐인데도 그대가 그립다 시린 상처뿐인데도 그대가 그립다 /성낙일 사랑은 세상에 없는 가장 커다란 기쁨을 맛보게 하고 이별이란 것으로 혀를 잘라갔다. 남은 것은 기쁨마저 아픔이 되어버린 상처 시린 상처뿐인데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길을 걸으면 사박 걸음으로 길을 걸으면 도장하듯 각인(刻印)된 너의 형상이 오고 가.. 2005. 11. 11.
바람이 부는 까닭 바람이 부는 까닭 -안도현-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고 2005. 11. 9.
선거의 뒷모습 방패장 유치 찬반 선거가 끝났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선거를 치루었는데 그 후유증이 자못 심각하다. 거리에 플랑카드들이 새로 걸렸는데, 유치 실패에 따른 공황을 극복하자며 화합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는 몇몇 반대를 주도했던 단체를 거론하며 이곳을 떠나라는 자못 위협적.. 2005. 11. 7.
눈물겨운 너에게 ♣ 눈물겨운 너에게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가며 읽는 책, 아껴가며 듣는 음.. 2005. 11. 6.
쒝씨 머섬 동네 사람덜 안 자믄 와서덜 보이소 오널 나가 갠허게 지낸 아짐이유 2005. 11. 6.
우리 다음에는 우리 다음에는 우리 죽어서는 만나지 말자. 그때도 사랑할 사람은 그대뿐 너에게 주었던 뜨거운 가슴이 너의 발길에 얼음으로 부서져 칼날되어 일어서고 잔숨결로 속삭이던 그 무수한 자음과 모음이 네 벽에 부딪쳐 알 수 없는 언어가 되어 허공에서 떠도는데 네 가슴 이미 식어 한 조각 모음마저 잡.. 2005.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