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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적막

by 여름B 2006. 2. 24.

      적 막

      /박남준 눈 덮인 숲에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겨울을 건너는 몸이 자주 주저앉는다. 대체로 눈에 쌓인 겨울 속에서는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어쩌자고 나는 쪽문의 창을 다시 내달았을까 오늘도 안으로 밖으로 잠긴 마음이 작은 창에 머문다 딱새 한 마리가 긴 무료를 뚫고 기웃거렸으며 한쪽 발목이 잘린 고양이가 눈을 마주치며 뒤돌아갔다 한쪽으로만 발자국을 찍으며 나 또한 어느 눈길 속을 떠돈다 흰빛에 갇인 것들 언제나 길은 세상의 모든 곳으로 이어져 왔으나 들끓는 길 밖에 몸을 부린 지 오래 쪽문의 창에 비틀거리듯 해가 지고 있다
        오늘 박남준의 시집이 배달되었다. 한 권 누군가한테 뺏기고 두 권을 집에 가져왔다.
        '적막'
        시집 제목으로 있는 시를 한번 올려본다.
        언젠가 나도 쪽문의 창을 열고 밖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지.
        아직은 닫고 싶지 않은 날인데......
        아픔이 짙어 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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