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렌즈에 담기212

바람이 센 날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이는 게 아니라 파도가 거세게 일어나니 바람도 호응하는 듯하다. 오랜만에 겨울바다를 맛보다. 2018. 2. 4.
부여 정림사지의 비로자나불 불타 없어진 양손의 자취는 무엇이 간절하여 흔적으로 남았을까 뭉떵한 오른팔 자리는 바람도 없이 휑한데 왼팔 하나로 간신히 가슴에 손을 모았다. 팔없이 태어난 천사같은 소년의 미소다 갓하나 얻어 쓴 게 그렇게도 고마웠나 대광보전은 어디 두고 막사에 홀로 앉아 드문거리는 겨울 .. 2018. 1. 21.
선유도와 장자도 둘러보기 새만금 방조제에서 바라본 내륙쪽 모습 야미도에 정박된 어선들과 신시도 모습 선유도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대장도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보도교 망주봉 선유도에 조금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자주 가게 된다. 오늘도 호랭이를 대동하고 장자도와 대장도 선유도, 그리고 무녀도를 잠.. 2018. 1. 15.
겨울다운 풍경 입술 김경후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 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 겹 주름진 지느러미 네게 닿고 싶다고 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 노을 끝자락 강바닥에 끌리는 소리 네가 아니라 네.. 2018. 1. 11.
광주호 주변에서 놀다 소쇄원 명옥헌 원림 앞 방죽 취가정 앞 소나무 환벽당 입구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17년의 마지막 날 남도를 좋아하는 호랭이를 기쁘게 하려고 광주호 주변에서 놀다.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전, 봉산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면 이곳 수로에서 물장구치며 여름의 며칠을 놀았다. 면앙정이며 .. 2018. 1. 4.
선유도의 새벽 막 개장한 한적한 밤 바닷가에서 입대를 앞 둔 두려운 마음에 술과 고성을 섞어 밤을 채웠다. 복학한 선배들의 격려와 동료들의 위로말은 귀에 들리지 않았고 저만치 밀려난 파도만이 소리없이 흐느끼던 날이었다. 낮에 배를 타고 둘러 보며 들었던 초분의 이야기도, 흔하게 널려진 조개 .. 2018. 1. 1.
만경 능제저수지 겨울 풍경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박노해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멀어져 왔던가 달려가다 스.. 2017. 12. 16.
금강 하구둑 겨울 풍경 호상 이명우 오남매가 모여서누가 어머니를 모실까, 상의하였다 다들 모시지 않는 이유를 들이밀었다 장례식장에 오남매가 다시 모였다관에 매달려서 울음을 터트렸다 구십 넘은 노모는 제 집을 찾은 양너무나 편안하게 누워 있다자식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장의사가 수의를 몇 겹으.. 2017. 12. 16.
싸리꽃 아직 개통되지 않은 만경강 제방길에 몰래 들어왔다 출구를 잃고서 헤매이다. 시드는 금계국 곁에 두고 비림에 몸을 맡긴 싸리꽃이 허리를 흔들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본다. 우연히 금단의 입구를 찾아 들어 와 깍지 끼고 꽃피우며 지난 날들 어디서 시작했는지 기억은 또렷한데 얼마.. 2017. 7. 8.
유월의 장미 장미 / 정연복 빨간 장미를 한참 들여다보니 불같이 뜨거운 생명의 힘이 느껴진다. 장미에 심장을 갖다 대니까 불꽃의 기운이 심장 속으로 흘러든다. 아무리 못해도 하루쯤은 열정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겠다. 먼지잼같은 새벽비에 살짝 젖은 장미 가까이에 눈을 대 본다 싱싱함도 떨림도 .. 2017. 6. 5.
은파저수지 꽃천지 새벽 이후(以後) 정윤천 1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알아서 구별되기 시작했다. 멋대로, 새들과 나비와 장미를 인용했던 형형색색의 입들과 말들의 자리에, 지금부터는 시와 노래와 나팔꽃들을 그려 넣자고 한다. 미움과 증오에게도 손가락질을 하기로(하자고)한다. 눈물 뒤에서 쏟아져 나온 창과.. 2017. 6. 3.
금강하구둑 군산쪽에서 본 풍경 강을 건너간다 이화영 두 나비가 강 이쪽에서 노닐다가 한 마리가 강을 건너간다 江은 이별의 긴 틈이다 이별은 아주 멀어져야 아름다운 법 등을 돌려 강을 건너는 나비의 눈이 젖어 있다면 강은 더 격렬하게 안개를 피워 이별을 감춰 주리라 그리하여 오늘밤 강에 내려와 더 젖어드는 물.. 2017. 6. 3.
청량산 문수사 단풍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리워 한 것도 아닌데 문득 다가와 있을 때가 있다 산을 넘어 가다 걸린 구름이 꼭데기에 목도리처럼 걸려 있다 아직 가을이 저만큼이나 남았는데 벌써 벚나무 잎들이 반 넘어 져 버렸다 내가 그대에게 다가간 거리가 얼마 만큼이었을까 넘어 가다 걸린 구름이나 .. 2013. 11. 16.
내장산 단풍 단 풍 청정했던 내 청춘 뜨거운 뇌우에 휩쓸려 가고 찬이슬로 퇴락해 가는 내 하나의 간절함으로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불사조의 마지막 모습 남은 사랑만으로 새겨드리고 싶은 립스틱 자국 2013. 11. 10.
고창 미당시문학관과 고창읍성 2013.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