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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212

선운사 배롱나무 배롱나무 / 조두섭 푸른 항아리 누가 어둠속에 깨트리고 있다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 속 익은 황토가 이슬방울을 폭우 뿜어내도록 불꽃의 혀가 빠져나오도록 제 육신에 촘촘하게 박힌 수천만의 푸른 별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내지른다 그것이 절망이 아니라 고통이라면 달빛 사금파리야.. 2019. 9. 10.
담양 명옥헌을 훌쩍 어제는 광주호 아래 생선구이집에 가자 한다. 태인으로 산내로 쌍치를 거쳐 고서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이렇게 내륙 산길을 한가하게 달리는 맛은 산을 좋아했던 나의 한가닥 행복이다. 당연히 먼저 점심을 먹여야 한다. 생선 양이 줄었다고 투덜댄다. 소쇄원 가사박물관을 .. 2019. 8. 20.
천사대교를 건너가니 그곳에 천사들이 놀고 있었다. 신안군엔 1004개의 섬이 있단다. 그리하여 이번에 개통한 다리의 명칭이 천사대교. 이 다리를 건너 만날 수 있는 섬 중의 하나인 자은도. 바로 그 섬이 고향인 지인에 전화를 걸어 어디가 보기 좋은지 한 가지만 대라고 했더니 분계해수욕장의 소나무란다. 어른 몸의 서너 배쯤이나 되는 소.. 2019. 5. 15.
늦었지만 고창 청보리밭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더니 글 안 올린 지 1년이 넘어서 문을 페쇄해 버렸다나 해지시켰다나 해서 부랴부랴 한 컷 올려야겠다는 절박감에 저번 날 호랭이랑 댕겨왔던 청보리밭 사진 몇 장 올립니다. 백수로 살다 보니 남는 게 시간이라 넘에게 말하기 좋게 농장?에 나가 이것저것 손을.. 2019. 5. 8.
고창 청보리밭 고창. 곰소만을 두고 변산반도와 마주하는 바닷가 풍경도 좋지만 좀더 남쪽으로 내려와 낮은 구릉지대로 이어지는 황토밭도 무시 못할 것이다. 낮은 중얼거림처럼, 수더분한 아낙같은 낮은 언덕들로 이지는 선들을 바라보노라면 포근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청보리 밭에 서서 그 선.. 2018. 4. 9.
부안 개암사 입구의 벚꽃길 개암사는 군복무 시절과 관련이 있어 지나는 길에 꼭 들른다. 어제 그제 축제를 열고 난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개암죽염 공장에 들러 호랭이는 된장을 샀다. 덤으로 받은 죽염의 결정이 보석처럼 영롱하다. 2018. 4. 9.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 다시 나만 남았다/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렸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 2018. 3. 25.
섬진강 매화 피는꽃/한혜영 꽃이 핀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아 스스로의 생살을 찢는 것이지 그러니까 꽃나무의 고민은 몇 가닥으로 꽃 이파리를 찢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 외에는 없어 배우나 가수 아니래도 모두는 스스로를 찢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목사 가릴 것 없이 조금도 망설이거나 두려워.. 2018. 3. 24.
안개가 자욱한 날의 단상 안개가 자욱하기에 나섰다. 보통 때 같으면 렌즈에 들어올 수 없는 풍경들이 이 순간에는 망막의 주인공이 된다. 한결 좁아진 시야, 희미한 젖빛유리가 피안에서 차안으로 방금 돌아와 이성마저 몽롱하게 반숙이 된 내게 세상을 다시 보란 듯이 오히려 대상을 더욱 뚜렷하고 가깝게 보여.. 2018. 3. 20.
산다는 것은 한해를 달구었던 생명이 스러져 가고 있다. 산다는 것은 살아지는 것일까 사라지는 것일까 2018. 3. 10.
봄이 오는 능제저수지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렸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 2018. 3. 3.
곰소만 풍경 질퍽한 포구는 밀물 때만 열리는 여인의 가랑이다 말리서 뚜벅뚜벅 다가오는 소리에 귀부터 쫑긋거리다 더듬거리는 손길로 살금살금 샅 가까이 다가 오면 이미 골진 안쪽부터 서서히 젖기 시작하다 가장 깊은 곳까지 물이 넘쳐 철벅거릴 때 우, 터져나오는 신음같은 뱃고동소리 왁자지.. 2018. 2. 26.
신두리 사구에서 묵독파티 류인서 이곳의 약속은 ‘오직 고요할 것’ 블라인드 틈으로 스며든 그늘이 탁자를 삼키고 꽃병뿐인 액자를 삼킨다 침대 위에는 읽다 펼쳐둔 책처럼 그의 벗은 엉덩이가 있다 모서리가 희미한 창문에다 새들이 흉강의 남은 빛을 베껴 넣는다 소리의 그늘까지가 빛의 유희인가 .. 2018. 2. 24.
군산시 해망동 풍경 해망동 옛 영화는 이따금 찾아오는 외지인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뿐 폐허들만 남아 거친 쇳소리로 숨 쉬는 해망동 어떻게 손 써 볼 수도 없는 낡은 건물들은 풀 나무와 연리지락을 누리는 초신성으로 앵글 속에서 처절히 아름다운 박제가 된다. 어디선가 들리는 뱃사람들의 힘쓰는 소.. 2018. 2. 19.
진포와 성산을 넘는 겨울 해 높이뛰기 선수 단 한루도 가로대를 떨어뜨린 적이 없는 그는 오직 1차시기만 있을 뿐. . . 2018.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