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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섬진강 매화

by 여름B 2018. 3. 24.









       피는꽃/한혜영


                              꽃이 핀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아

스스로의 생살을 찢는 것이지

그러니까 꽃나무의 고민은

몇 가닥으로 꽃 이파리를 찢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 외에는 없어

 

배우나 가수

아니래도 모두는 스스로를 찢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목사 가릴 것 없이

조금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셀프 절개를 못하는 꽃들은

메스의 힘을 빌리러 가지

모가지 위에서 흔들리는

한 송이 어둠을 깨닫기까지

그림자는 언제나 뒤에서 따르는 법이거든

 

나도,

나를 무수히 찢어야 했어

실국화나 꽃무릇처럼 가닥가닥

튤립과에 속하는 것들은

알 리 만무한 고통이지만

천 갈래 만 갈래 나를 찢어서

시를 얻고 사랑을 얻었던 거지

 

꽃 피었다는 거?

별 거 아니야

그냥 너덜너덜하게 해진 거라고 

 

- 계간 인간과 문학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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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충남 서산 출생

1989아동문학연구동시조 당선

1994현대시학시 추천

1996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숲이 되고 강이 되어

장편소설 된장 끓이는 여자장편동화 팽이꽃

2004년 시조월드문학대상 수상

2004년 한국아동문학 창작상 수상

2006년 미주문학상 수상



점심은 참게탕.
이가 좋은 호랭이가 참게는 독식했다.
공기밥이 너무 적었지만 맛은 괜찮았고 탕국을 먹느라 다른 반찬은 손이 가지 않았다.
주인아저씨에게 맛이 좋다고 했더니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부벼끄고 자기집 자랑에 침을 튀긴다.
예예하고 구례로 도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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