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렌즈에 담기

군산시 해망동 풍경

by 여름B 2018. 2. 19.






















       해망동



옛 영화는 이따금

찾아오는 외지인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뿐

폐허들만 남아 거친 쇳소리로 숨 쉬는

해망동

어떻게 손 써 볼 수도 없는 낡은 건물들은

풀 나무와 연리지락을 누리는 초신성으로

앵글 속에서 처절히 아름다운 박제가 된다.

어디선가 들리는 뱃사람들의 힘쓰는 소리

"하나 둘 으쌰, 하나 둘 으쌰."

실뱀장어잡이 배에서 그물을 들어 옮기는 어부들

늙어 쇠잔해 가는 힘을 맞추고 있다.

기름에 절은 문앞이 깨끗이 쓸어진 자리엔

오려 쓰다만 불균형 철판 한 조각이

주차금지가 뿌려진 셔터와 설 휴가 중인데

마지막 온기를 세상 구멍으로 내보낸 연탄재들이

한껏 가벼워진 영혼으로 열을 맞춰

장의차의 종소리를 기다리는 동안

마스트 끝에 갈매기는 내항을 견시하며 끼욱거린다.


'렌즈에 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곰소만 풍경  (0) 2018.02.26
신두리 사구에서  (0) 2018.02.24
진포와 성산을 넘는 겨울 해  (0) 2018.02.10
바람이 센 날  (0) 2018.02.04
부여 정림사지의 비로자나불  (0) 2018.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