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망동
옛 영화는 이따금
찾아오는 외지인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뿐
폐허들만 남아 거친 쇳소리로 숨 쉬는
해망동
어떻게 손 써 볼 수도 없는 낡은 건물들은
풀 나무와 연리지락을 누리는 초신성으로
앵글 속에서 처절히 아름다운 박제가 된다.
어디선가 들리는 뱃사람들의 힘쓰는 소리
"하나 둘 으쌰, 하나 둘 으쌰."
실뱀장어잡이 배에서 그물을 들어 옮기는 어부들
늙어 쇠잔해 가는 힘을 맞추고 있다.
기름에 절은 문앞이 깨끗이 쓸어진 자리엔
오려 쓰다만 불균형 철판 한 조각이
주차금지가 뿌려진 셔터와 설 휴가 중인데
마지막 온기를 세상 구멍으로 내보낸 연탄재들이
한껏 가벼워진 영혼으로 오열을 맞춰
장의차의 종소리를 기다리는 동안
마스트 끝에 갈매기는 내항을 견시하며 끼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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