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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이 복도에서는

by 여름B 2005. 12. 6.

             이 복도에서는

                                                          /나희덕

     
     
    종합병원 복도를 오래 서성거리다 보면
     
    누구나 울음의 감별사가 된다
     
    울음마다에는 병아리 깃털 같은 결이 있어서
     
    들썩이는 어깨를 짚어보지 않아도
     
    그것이 병을 마악 알았을 때의 울음인지
     
    죽음을 얼마 앞둔 울음인지
     
    싸늘한 죽음 앞에서의 울음인지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이 복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울음소리가 들려도 뒤돌아보지 말 것
     
    아무 소리도 듣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 걸어갈 것
     
    마른 시냇물처럼 오래 흘러온
     
    이 울음의 야적장에서는 누구도 그 무게를 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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