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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광기의 시작이 아니길

by 여름B 2005. 11. 27.

  요즘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있어서 윤리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활발하다.

  

  우리가 군사독재 시절을 지나오면서 민주화 이념문제가 주 문제로 다루어져 오다 차츰 민주냐 독재냐의 다툼에서 멀어진 점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민주와 독재의 이념 문제가 소홀해진 가운데 등장한 윤리 문제가 온갖 언론의 주요 다룸이 되는 까닭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하는 인간의 본능적 관심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황교수의 문제를 보는 방향과 해결 방법에서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과 누리꾼들에게서 나치의 광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부 누리꾼들은 MBC의 <피디 수첩>에 대하여 마녀사냥식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황교의 팬 카페 회원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원들이 MBC 사옥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고, 누리꾼들의 압력에 밀려 12개 광고 가운데 11개가 방송사에 광고 중지를 요청했으며 심지어 담당 피디의 가족 사진을 공개하고 '가족들을 죽여라'는 글까지 올려 그의 가족들은 외출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그동안 피로 지켜 이루어 낸 성숙한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익명성에 기대어 감정적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를 분출하고 있다면 이는 황교수가 쌓아온 지난 업적과 앞으로의 연구 활동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지나친 국수주의는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MBC의 보도를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초석을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면 황교수의 연구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며 이것이 결국 국가에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국제화 시대에 우리만이 고립되고 비판 받지는 않을지, 아니 그것보다 국익에 치우쳐 인간 본연의 가치를 망각하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나 않을지 한 걸음 물러서서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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