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 온 시

시린 상처뿐인데도 그대가 그립다

by 여름B 2005. 11. 11.

    시린 상처뿐인데도 그대가 그립다

     

     

                                                            /성낙일

     

     

    사랑은 세상에 없는
    가장 커다란 기쁨을 맛보게 하고
    이별이란 것으로 혀를 잘라갔다.
    남은 것은 기쁨마저
    아픔이 되어버린 상처
    시린 상처뿐인데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길을 걸으면
    사박 걸음으로 길을 걸으면
    도장하듯 각인(刻印)된 너의 형상이
    오고 가는 길목을 막아서고
    세상은 커다란 형틀
    사랑의 잔량은
    이별보다도 더욱 끔찍한 형벌.
    이제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
    이별이라는 것은 도무지
    이별하는 법을 모르는데
    이제 나를 보고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


    기쁨이 숙명처럼
    아픔과 닮아 있음을 알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음을 알았지만
    이제 다시 내가 두려운 것은
    아픔이 영영 내 곁을 떠나고
    표시 없이 상처가 아무는 것이라.


    시린 상처뿐인 그대였음에도
    나는 그대가 그리워
    상처를 지우려 하면서도
    다시 너를 부른다.

     

     

     

'퍼 온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도리에서  (0) 2005.11.14
길 위에서  (0) 2005.11.13
바람이 부는 까닭  (0) 2005.11.09
눈물겨운 너에게  (0) 2005.11.06
초생달  (0) 200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