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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207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女子, 그 한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女子를 사랑했네. .. 2007. 4. 30.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 김용택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 2007. 4. 28.
혼자 사랑 / 도종환 혼자 사랑 /도종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 2007. 4. 21.
풍림모텔 / 류외향 풍림모텔 류외향 사철탕집이 즐비한 그 골목엔 풍림모텔이 있다 들녘을 달려온 바람이 모텔 외벽에 부딪혀 중심을 잃고 골목 어귀를 돌아나가지 못할 때 그땐 이미 사철탕집의 지붕 너머로 붉은 달이 떠오른 뒤였다 마른 어둠이 몸 뒤채는 소리가 깊어질 때 나는 풍림모텔로 들어갔다 한 그루 은행나.. 2007. 4. 18.
그리운 꽃편지 1 / 김용택 그리운 꽃편지 1 /김용택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피기 .. 2007. 4. 10.
벚꽃 아래를 지나며 / 남유정 <망해사 겹벚꽃> 벚꽃 아래를 지나며 /남유정 겨우내 아팠던 나무 신열이 올라 온 몸에 돋은 틈이란 틈은 모두 찾아 핀 저 열꽃을 보아! 스스로도 어쩌지 못해 흰 꽃잎만 날리는 나무 아래서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꿈결처럼 지나가는 짧은 사랑같은 거 그렇게 빨리 가버리는 봄의 뒷모습 .. 2007. 4. 7.
민들레 / 김상미 민들레 / 김상미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꽃, 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밑에 저 혼자 피어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 날 찾아가 보면, 어느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2007. 4. 6.
그리운 꽃편지 3 / 김용택 그리운 꽃편지 3 /김용택 바람 부는 날은 저물어 강변에 갔습니다. 바람 없는 날도 저물어 강변에 갔습니다. 바람 부는 날은 풀잎처럼 길게 쓰러져 북쪽으로 전부 울고, 바람 없는 날은 풀잎처럼 길게 서서 북쪽으로 전부 울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들 사이에 강물은 얼마나 흘러가고 꽃잎은 얼마나 졌는.. 2007. 4. 6.
달빛 / 강인한 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 /강인한 사람 사는 일이란 오늘이 어제 같거니 바람 부는 세상 저 아래 남녘 바다에 떠서 소금 바람 속에 웃는 듯 조는 듯 소곤거리는 섬들 시선이 가다 가다 걸음을 쉴 때쯤 백련사를 휘돌아 내려오는 동백나무들 산중턱에 모여 서서 겨울 눈을 생각하며 젖꼭지만한 꽃망울들.. 2007. 4. 5.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 지붕에 대하여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저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 2007. 3. 24.
차 한 잔 / 백창우 차 한 잔 - 1 /백창우 차 한 잔 하시겠소 그대 마음 맑은 이 세상을 살지만 늘 세상 밖에 서 있는 이 차 한 잔 하시겠소 그대 눈 붉은 이 꿈을 꾸지만 늘 꿈 밖에 서 있는 이 2007. 3. 1.
[스크랩] 사랑해도 되나요 사랑해도 되나요 / 이재엽 한결같은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있는 그대! 그대 향한 이 마음을 잡지못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랐습니다. 그대 눈속에 비친 맑은 미소가 마냥 좋았고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보고 또 보며 애정이란 씨앗을 가슴속 화단에 뿌렸습니다. 삭막한 세상에서 한줄기 빛으로 다가 온 .. 2007. 2. 23.
누구든 떠나갈 때는/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고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 2007. 2. 15.
혼자 / 이정하 혼자 혼자 서서 먼 발치를 내다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히 놓아 둘 일이다. 무엇을 보고 있느냐, 누구를 기다리느냐 굳이 묻지 마라. 혼자 서 있는 그 사람이 혹시 눈물 흘리고 있다면 왜 우느냐고도 묻지 말 일이다. 굳이 다가서서 손수건을 건넬 필요도 없다. 한 세상 살아가는 일, 한 사람을 사.. 2007. 2. 1.
만남에 대하여 / 이정하 만남에 대하여 /이정하 사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언젠가 다시 만날 사람도 있겠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서 다시 만날 보장이란 없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너무 경솔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건 아닌지요? 옷깃이라도.. 2007.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