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 온 시

민들레 / 김상미

by 여름B 2007. 4. 6.

 

 

         

                       민들레

                                                             / 김상미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꽃, 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밑에 저 혼자 피어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 날 찾아가 보면,
        어느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한마디만,
        나도 그렇게 일생에 꼭 한 번 재 같은 사랑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
        태우다 태우다 하얀 재 되어
        오래된 첨탑이나 고요한 새 잔등에 내려앉고 싶어,
        온몸 슬픔으로 가득 차 지상에 머물기 힘들 때,
        그렇게 천의 밤과 천의 낮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
        어느 날 문득 내가 잃어버린 서정의 꿀맛 같은 예쁜 노란 별,
        너에게 꼭 한마디만,
         

    '퍼 온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꽃편지 1 / 김용택  (0) 2007.04.10
    벚꽃 아래를 지나며 / 남유정  (0) 2007.04.07
    그리운 꽃편지 3 / 김용택  (0) 2007.04.06
    달빛 / 강인한  (0) 2007.04.05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0) 2007.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