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
/강인한
사람 사는 일이란
오늘이 어제 같거니 바람 부는 세상
저 아래 남녘 바다에 떠서
소금 바람 속에 웃는 듯 조는 듯
소곤거리는 섬들
시선이 가다 가다 걸음을 쉴 때쯤
백련사를 휘돌아 내려오는 동백나무들
산중턱에 모여 서서 겨울 눈을 생각하며
젖꼭지만한 꽃망울들을 내미는데
내일이나 모레 만나자는 약속
혹시 그 자리에 내가 없을지 네가 없을지
몰라 우리가 만나게 될는지
지푸라기 같은 시간들이 발길을 막을는지도
아니면 다음 달, 아니면 내년, 아니면 아니면
다음 세상에라도 우리는 만날 수 있겠지
일찍 핀 동백은 그렇게 흰눈 속에
툭툭 떨어지겠지
떨어지겠지 단칼에 베어진 모가지처럼
선혈처럼 떨어지겠지
천일각에서 담배 한 모금 생각 한 모금
사람 사는 일이란
어제도 먼 옛날인 양 가물거리는
가물거리는 수평선, 그 위에 얹히는
저녁놀만 같아서.
처연한 달빛이 쏟아지는 강물은
육중하게 반짝거리는데
아직 미련이 남은 철새들은
달빛을 받으며 강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하기도 전에
헤어짐의 아픔을 알아버린 소년처럼
철새 한 마리 둑길 넘어 날고 있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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