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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207

겨울 갈대 / 박미숙 **겨울 갈대 ** / 박미숙 제 설움으로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칼들을 빗어 올리지 못하고 자꾸만 아래로 처박고 있는 것이 밀쳐지고 찔려가며 받은 상처 깊은 속내의 울음소리 들어주지 못하는 저 바람의 무심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위태로운 모습으로 돌아눕다 다시 또 돌아 서 보아도 끝끝내 떠나지 못.. 2006. 12. 31.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오규원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 2006. 12. 22.
눈발 / 정호승 눈발 정 호 승 별들은 죽고 눈발은 흩날린다 날은 흐리고 우리들 인생은 음산하다 북풍은 어둠 속에서만 불어오고 새벽이 오기 전에 낙엽은 떨어진다 언제나 죽음 앞에서도 사랑하기 위하여 검은 낮 하얀 밤마다 먼 길을 가는 자여 다시 날은 흐르고 낙엽은 떨어지고 사람마다 가슴은 무덤이 되어 희.. 2006. 12. 18.
그리움이 그대를 만나면/박해옥 그리움이 그대를 만나면 / 박해옥 흰옷의 무리들이 마안히 장사진을 이루는 강가를 걷습니다 그들의 틈새를 비집으며 거닐면 비틀대던 마음도 옷깃을 여미고 제 가끔의 상처와 멍을 안은 채 바다로 바다로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을 만나 그리운 마음을 띄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휘휘친친 안개에 휘.. 2006. 12. 6.
어디까지가 그리움인지/이정하 어디까지가 그리움인지 ㅡ 이정하 걷는다는 것이 우리의 사랑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마는 그대가 그리우면 난 집 밖을 나섭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난 그대 생각을 안고 새벽길을 걷습니다.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부터가 이별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따뜻함이 절실할 때입니다. 새.. 2006. 11. 23.
나직한 노래부터 / 김남조 나직한 노래부터 김남조 모든 가을에 앞질러 그리움이 오곤 했었지 병이 깊어지듯 가을도 무겁고 힘드는 수레 열 손톱 하나씩 멍들이듯 아픈 계절 차례로 섬겨 오늘 이상한 비파 소리를 듣네 수심 깊이 두레박을 내린 빛의 동아줄 그 섬세한 흐느낌의 음악을 겹겹의 문 마저 다 지내면 들어가는 房 비.. 2006. 11. 9.
저문 산에 꽃등 하나 내걸다 / 손 세실리아 저문 산에 꽃燈 하나 내걸다 손세실리아 산을 내려오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늙은 나무의 흰 뼈와 바람에 쪼여 깡치만 남은 샛길이 세상으로 난 출구를 닫아걸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위가 침침하지만 곧 사방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들겠지요 그렇다고 산에 갇힐까 염려는 마세요 설마 그러기야 .. 2006. 11. 3.
산에서 / 박재삼 산에서 - 박재삼 그 곡절 많은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중년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로.. 2006. 10. 28.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린다 초저녁 분꽃 향내가 문을 열고 밀려온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본다 문 밖은 이내 적막강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뜨겁고 아플 수가 있다니 2006. 10. 23.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 2006. 10. 21.
갈대 / 정호승 갈 대 /정 호 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가장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종일 바람에 .. 2006. 10. 19.
멀리 있기 / 유안진 < 멀리 있기 > -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멀리 있으면 과.. 2006. 9. 25.
슬픈 약속 / 이정하 슬픈 약속 - 이정하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 했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너와의 우연한 해우. 그저 무작정 걸어 봐도 묵은 전화 수첩을 꺼내 소란스럽게 떠들어 봐도 어인 일인가, 자꾸만 한쪽 가슴이 비어옴은. 수없이 되풀이한 작.. 2006. 9. 20.
서글픈 바람 / 원태연 서글픈 바람 - 원태연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삐그덕 문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두 잔의 차를 시켜 놓고 막연히 앞잔을 쳐다본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 속 깊이 인사.. 2006. 9. 17.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 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 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 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 2006.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