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 온 시207

꽃에 관하여 / 백우선 꽃은 문이다 춤과 노래로 잉잉대는 밀실의 문이다 못 만날 것이 없고 만나는 것마다 빛깔과 향기가 되는 신생의 문이다 잎잎의 문으로도 스미는 햇살과 바람과 물과...... 생명의 물결은 모여들고 퍼져간다 그 모두의 드나들이는 그침이 없다 저, 저, 저것 좀 봐 어느새 깃털을 꽂고 날아오르는 씨앗, 사.. 2006. 8. 30.
세월 / 도종환 세월 - 도종환 -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 2006. 8. 22.
8월 / 이외수 8월 -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 2006. 8. 5.
바람의 말 / 마종기 ..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 2006. 8. 1.
태풍 / 나희덕 태풍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 2006. 7. 18.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이정하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이정하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커피 향기처럼 피어 오르는 날에는 세상을 향한 나의 창문을 모두 닫아 버리고 오직 당신을 향해 내 마음의 문을 엽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빨간 꽃봉오리처럼 내 마음의 잎새마다 가득히 맺혀 있는 날에는 세상을 향한 나의 창문을 모두 닫아 .. 2006. 6. 29.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 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 2006. 6. 27.
슬픔을 위하여/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아이를 사산(死産)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 2006. 6. 17.
넥타이를 매면서/복효근 넥타이를 매면서 /복효근 넥타이를 목에 걸고 거울을 본다 살기 위해서는 기꺼이 끌려가겠다는 의지로 내가 나를 묶는다 한 그릇 밥을 위해 기꺼이 목을 꺾겠다는, 또한 누군가를 꼬여 넘기겠다는 의지 그래서 무엇을 그럴싸히 변명하겠다는 듯 넥타이는 달변의 긴 혓바닥을 닮았다 그것이 현란할수.. 2006. 6. 15.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창우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창우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개똥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2006. 5. 31.
오월의 향기여 오월의향기여 冬柏/김인태 신록의오월은 잎새에 나온다 푸른빛 새 생명 약동하고 내 마음 사립문 활짝 열린다. 그늘진 바위틈 움추린 나리꽃잎 얼룩진 얼굴 하고 찬란한 빛그리며 나래를 편다. 싱그러운 풋향기 오리나무 흔들리는 몸짓 내 가난에 서러운 마음 언저리 온정을 베푼다. 솜털같이 퍼지는 .. 2006. 5. 22.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낙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중, 아침.. 2006. 5. 21.
수장 樹 葬 /문인수 나무 한 그루를 얹어 심는 것으로 무덤을 완성하면 어떨까. 平平하게 밟아 그 일생이 보이지 않으면 되겠다. 너무 많이 돌아다녀 뒤축이 다 닳은 족적은 그 동안 없는 뿌리를 앓아온 통점이거나 罪, 쓸어모아 흙으로 덮는다면 잘 썩을 것이며 그 거름을 빨라 한탄 무성하면 되겠다. 어떤 .. 2006. 5. 19.
오월 오월 ― 이은채 언덕은 멀리 귀를 모으고 숲은 고요했네 핀들핀들 몸을 흔들던 풀꽃방망이들 내 물컹한 종아릴 툭툭 치는 짓궂게 웃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몸을 옮기며 저 새들 힘차게 깃을 터는 숨 고르는 구름을 뚫고 내려온 햇살 어린 잎새에 내려앉는 조심스레 스며드는 꽃다지 냉이꽃 가늘가.. 2006. 5. 12.
살구꽃 살구꽃 /문신 해마다 4월이면 쌀 떨어진 집부터 살구꽃이 피었다 살구꽃은 간지럽게 한 송이씩 차례대로 피는 것이 아니라 튀밥처럼, 겨우내 살구나무 몸통을 오르내리며 뜨겁게 제 몸을 달군 것들이 동시에 펑,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살구꽃은 검은 눈망울을 단 아이들이 맨발로 흙밭을 뒹구는 .. 2006.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