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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207

내가 빠져죽고 싶었던 강, 그대 / 이정하 내가 빠져죽고 싶었던 강, 그대 /이 정하 저녁 강가에 나가 강물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때마침 강의 수면에 노을과 함께 산이 어려 있어 그 아름다운 곳에 빠져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름답다는 것은 가끔 사람을 어지럽게 하는 모양이지요. 내게 있어 그대도 그러합니다. 내가 .. 2005. 10. 1.
그대에게 묻는다/이이원 그대에게 묻는다 /이이원 인연은 어느 한 순간에 얻어지는 이름이 아님을 알기에 사하라의 모래바람 속을 밤낮으로 걸으며 몇 겁의 전 전생에 그대를 그리다 내가 차지할 모든 욕망들을 묻은 뒤 겨우 사람 몸 받아 지금껏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러니 봄비 오면 싹트는 저 힘찬 생명의 언어를 눈빛에만 .. 2005. 9. 29.
흔들리는 것들 / 나희덕 흔들리는 것들 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 2005. 9. 25.
낯선 편지 /나희덕 낯선 편지 오래된 짐꾸러미에서 나온 네 빛바랜 편지를 나는 도무지 읽어낼 수가 없다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 건포도처럼 박힌 낯선 기호들, 그 속삭임을 어둠 속에서도 소리내어 읽곤 했던 날들, 그러나 어두운 저편에서 네가 부싯돌을 켜대고 있다 한들 나는 이제 눈 멀어 그 깜박임을 알아볼 수가 없.. 2005. 9. 23.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피는 날이 있으면 어찌 꽃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 2005. 9. 18.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4/이정하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4 열차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떠나고 있었다. 역사의 낡은 목조 계단을 내려가며 그 삐걱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 생애가 그렇게 삐걱대는 소리를 들었다. 취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마신 술이 잠시 내 발걸음을 비틀거리게 했지만 나는 일부러 꼿꼿한 .. 2005. 9. 11.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이외수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 2005. 9. 10.
거리 3 / 백창우 > 거리 3 /백창우 그대와 내가 어느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참 좋다. 사랑은 둘이서 한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바라보는 곳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더라도 우리 사랑 훼손받지 않기 위해 할 일은 그대가 어느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사.. 2005. 9. 3.
거리 2 /백창우 거리 2 /백창우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너는 너를 살고 나는 나를 살아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보일 수도 있겠지 네가 쫓는 파랑새가 내 앞길엔 없고 내가 찾아내 이름 붙여준 아주 조그만 별이 네 하늘엔 없을 수도 있겠지 네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내겐 별볼일 없고 내 영혼을 사로잡는 시 한 편이 네.. 2005. 9. 2.
거리 1 /백창우 거리 1 /백창우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구석 찬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 2005. 8. 3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 * * *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 2005. 8. 29.
하얀 난 / 임혜신 하얀 난 /임혜신 편애하였다, 나는 들꽃을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에 덤불 덤불 피어있는 패랭이 제비꽃 싸리꽃을 여느 욕망에도 매달리지 않을 듯이 작고 터져버린 번뇌처럼 가벼운 야생의 꽃을 그리하여 그들이 있을 법한 거친 들길을 헤매었다 짐승처럼 바람처럼 그것이 욕망이며 그것이 번뇌임을 .. 2005. 8. 25.
젖무덤/정호승 젖 무 덤 /정호승 젖가슴은 사람들이 자기를 젖무덤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아주 나빴다. "왜 하필이면 무덤이야....무덤은....." 젖가슴은 그날 저녁 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젖가슴은 잘 익은 과일처럼 여전히 탐스럽고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슴을 무덤으로 표현하다.. 2005. 8. 24.
이제 누구를 사랑하더라도/정호승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정호승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붉은 달이 지고 .. 2005. 8. 23.
꽃 지는 저녁 /정호승 2005.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