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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

가을에

by 여름B 2006. 10. 7.

          
                  가을에
        사랑한다는 것은
        서서히 시들어 가는 것이라고
        바래가는 꽃무릇을 보면서
        붉게 웃어 주었지요.
        억새는
        시들어도 울지 않는다며
        손등에 내린 이슬을 쓰다듬던
        억새꽃보다 하얗던 당신의 손길.
        끝내 
        내 가슴에서 봇물로 흐르던 
        뜨겁던 오열의 강.
        어느덧 
        버석거리는 내 귓등에도 
        억새꽃 하얗게 피었습니다.
        어디에선가 
        억새처럼 사위어 가고 있을 당신.
        이제는 울지 말아요.
        휘어진 저문 날
        내 그리움의 터전에 있을 당신에게
        훠이훠이 꽃씨로 날아 갈 테니.
                              2006. 10. 07.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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