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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춘장대

by 여름B 2006. 9. 27.

          

 

     대장이 저녁을 한 턱 쏜다고 해서 춘장대 횟집으로 날랐다.

     횟집 오른쪽으로 부사 방조제가 보이고 그 너머로 보령 땅이 조금 보인다.

 

     어느 블로거 한 분의 고향이 보령이라고 그러셨는데,

     고향을 보여 드렸으니 나중에 꼼장어에 소주 한 잔 사 주시겠지?

 

 

 

      내가 이 가게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가게 이름을 보이지 않게 찍었다.

 

      횟집 옆으로 사람들이 모테(?)서 즐긴다는 모텔도 있었다.

      쥔 온니가 매상을 많이 올려 주면 무료 숙박권을 준다고 하기에

      조용히 허리띠를 풀어 내렸다.

 

 

 

       배를 채우기도 전에 해지는 모습이 창 밖으로 보였다.

       풀어 놨던 허리띠를 추스리고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왔다.

 

       몇 번 셔터를 누르고 모텔 숙박권을 얻기 위하여 부랴부랴 들어가려는데

       배도 못 채우고 무료 숙박권마저 날아가게 한 방해자가 나타났다.

      

 

 

       왕년에 자기도 사진좀 했다고 술김에 기어이 찍어보겠다고 달려 든다.

       사진기 하나 꺼내 주고 공짜로 석양을 찍을 권리도 아울러 부여해 주었더니

       복 받으실 것이라고 허튼 소리 하면서 바닷가로 내려가 셔터를 눌러댄다.

       왼쪽에 보이는 자가 그 허튼 작자다.

 

 

 

      내 애마도 한 컷 해 주고 들어가 보니 회는 고사하고 전어구이까지 모두 먹어 치우고

      앙상한 뼈만 남겨 놓았다.

      돌아갈 때 내 애마를 태워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는 방조제 끝에 몇 사나이 서 있었다.

 

 

 

       방조제 보안등이 희미하게 켜질 때 제방 끝에 걸린 저 사나이,

       인고의 시간 속에 세월이라도 낚아 올리는데,

       몽매한 나는 무료 숙박권에 눈이 어두워 허리띠나 풀어 내렸지

 

       석양이 다 지나도록 무엇 하나 건져 올린 게 없구나.

      

 

 

                                                                                              2006.09.27.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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