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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

풍란

by 여름B 2006. 9. 3.
      풍란 생명이 끝난 줄 알고 마당 끝에 던져 놓았던 풍란이 어느 날 아침 혀를 달팽이처럼 내밀고 돌 틈을 기어 내려와 하얀 뿌리로 환생하는 모습을 보았다. 따개비처럼 모질게 생의 골에 달라붙어 하얗게 핏줄이 흐르기 시작하는 회생의 줄기 세상의 끝에 던져지더라도 우리 살아있어야 할 이유 한 가지는 있으리. 잦은 바람에 삶이 뇌우에 싸일지라도 암벽을 기는 풍란처럼 생장점 하나 붙들고 악착을 떨어야 할, 2006/09/03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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