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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꽃에 관하여 / 백우선

by 여름B 2006. 8. 30.
          꽃은 문이다 춤과 노래로 잉잉대는 밀실의 문이다 못 만날 것이 없고 만나는 것마다 빛깔과 향기가 되는 신생의 문이다 잎잎의 문으로도 스미는 햇살과 바람과 물과...... 생명의 물결은 모여들고 퍼져간다 그 모두의 드나들이는 그침이 없다 저, 저, 저것 좀 봐 어느새 깃털을 꽂고 날아오르는 씨앗, 사과나 홍시의 살로 매달리는 열매, 또 무엇 무엇의 눈부신 몸들이여 나도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백우선의 꽃에 관하여-
      네 문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날마다 내 살을 잘라 너에게 먹이고 뼈를 깎아 네게 뿌려 하나가 되고 싶었다. 나는 네 문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니,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고 말았다. 햇살도 바람도 물도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여름을 보냈다. 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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