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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나직한 노래부터 / 김남조

by 여름B 2006. 11. 9.

           

          나직한 노래부터
           
                                    김남조
           
           
          모든 가을에
          앞질러 그리움이 오곤 했었지
          병이 깊어지듯
          가을도
          무겁고 힘드는 수레

          열 손톱
          하나씩 멍들이듯
          아픈 계절
          차례로 섬겨

          오늘 이상한 비파 소리를 듣네
          수심 깊이 두레박을 내린
          빛의 동아줄 그 섬세한
          흐느낌의 음악을

          겹겹의 문
          마저 다 지내면
          들어가는 房
          비파 소리는 거기서 울리는겐지

          무궁한 감정
          종내 다 쓰고 나면
          또 있는 마음
          비파 소리는 거기서 울이는 겐지

          모든 가을에 서둘러
          그리움이 오곤 하더니
          이 가을엔 나직한 나직한
          노래부터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