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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그리움이 그대를 만나면/박해옥

by 여름B 2006. 12. 6.

 

 

 

          그리움이 그대를 만나면 / 박해옥



          흰옷의 무리들이
          마안히 장사진을 이루는 강가를 걷습니다
          그들의 틈새를 비집으며 거닐면
          비틀대던 마음도 옷깃을 여미고
          제 가끔의 상처와 멍을 안은 채
          바다로 바다로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을 만나
          그리운 마음을 띄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휘휘친친 안개에 휘감겨 넓적 돌에 발을 쉬면
          더욱 절실히 그리운 그대
          내 안에 사계절이 피고 질 때나
          하루를 열고 닫는 매 순간에도
          단 한번 그대를 잊은 적 없었음을 전합니다

          맑진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고
          웃을 일보다 울 일이 많은 삶을 살다가
          눈물도 말라버린 휘휘한 오후 길
          금방 돌아올 것처럼
          슬픈 빛없이 떠난 이여
          앙다물고 있던 슬픔이 터져
          오늘은 눈물도 풍요롭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듯 있어 보이는 그대여
          은사시나무들은 박자를 놓친 채 떨고 있고
          어린 새들의 노래는 끝나질 않았는데
          인가 쪽에서 목 쇠게 부르는 삶의 소리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일어서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댈 또 아프게 했어요
          안개와 눈물이 뒤섞여
          내 안에 연우가 내리는 탓입니다
          함량을 잴 수없는 그리움의 연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