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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33

만남의 부도 언제 다시 보자는 말 / 곽효환 둔촌시장 어귀에서 오래 전 친구를 기다린다 결혼은 했겠지 그 때 그 여자일까 아이는, 부모님은, 직장은…… 세꼬시 횟집에서 마주 앉은 그의 모습에서 이십 년을 건너 뛴 내 나이를 읽는다 성근 머리칼, 볼록 나온 아랫배, 왜소해 보이는 팔과 다리 아내는 전에 그녀가 .. 2008. 8. 11.
백수는 결코 외롭지 않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 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 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 2008. 8. 6.
진포의 석양 최무선의 화포가 놀이하듯 불꽃을 뿜던 진포에 석양이 지니 가을을 수놓았던 억새의 마지막 자태가 노을 속에 황금빛으로 빛난다. 온 강변을 하얗게 빛내던 저들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는 없겠지. 바람도 잔 저녁인데 갑자기 온몸이 떨려오는 것은 왠 일일까? 이제 새로운 인연보다 잊혀지는 인연을.. 2007. 10. 31.
Andrew Wyeth와 Helga Testorf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를 덮기 직전 헬가가 등장했다. 홈피를 뒤져 오래 전의 그녀를 찾아냈다. 미국을 대표하는 극사실주의 화가의 한 사람이었던 엔드류 와이어드. 일찌감치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에겐 또 다른 비밀스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같은 동네의 독일계 여인인 .. 2007. 7. 20.
사랑의 방식 여자들은 낯선 남자에게 이끌린다. 아버지를 찾아온 남자 이아손 그에게 반한 메데이아 사랑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모두 버리는 게 여자다. 그러나 남자는 사랑이 아닌 자기의 꿈과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이아손을 차지하기 위하여 메데이아는 아버지를 배반하고 남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 2007. 5. 20.
내 손 남자는 사랑하면서 집착을 하고, 여자는 사랑하면서 자유를 구한다. '더 이상 내 안에 있지 않는 그대'를 향해 집착을 하고 무모하게 질투하는 호세. '나는 당신의 육체를 사랑'한 살로메는 아니다. 그래도 카르멘이 사랑스러운 걸..... '사랑은 지고 지순한 게 아니라'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는가. 2007. 0.. 2007. 5. 19.
산길에서 어제 산길에서 이상한 부인을 만났다.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오늘도 하루 행복하세요" 한다. 자주 산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전혀 이런 일을 만나지 않았기에, 처음 순간 무슨 말인지 몰랐고 그 다음 순간 그것이 인사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미 내가 다른 말로써 답례를 하기에는 그녀가 내.. 2007. 1. 11.
크리스마스 추억 우리 동네에도 교회가 하나 있었다. 시간이 나면 항상 그 교회의 넓은 마당에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 친구들 속엔 말집 아들이며 천도교회집 아들, 무당집 아들, 교회 종지기 아들, 쌀집 형제 등 각양각색의 친구들이 잡탕이 되어 땀투성이로 봄가을을 가리지 않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 2006. 12. 25.
바지를 내려도 좋다 그 아들놈은 공부도 지지리 못해서 경기도 어디 시골에 있는 전문 대학에 들어갔다. 꼴에 여자를 하나 사귀었다고, 데리고 있는 외삼촌이 알려 왔다. 걱정이 태산이다. 이 녀석 고등학교 때도 말썽을 꽤 피우던 놈인데 덜컥 임신이라고 시켜서 데리고 오면 어쩔 것인가? 전화를 했다. "야 우리 집에서 .. 2006. 11. 28.
타짜 오늘은 타짜를 보다. 호랭이가 옆에 있어서 한번도 졸지 않았다. 싸움의 기술에서 보여 준 백윤식의 연기가 여기서도 비슷했는데 오늘 또 다시 그의 연기를 보면서 웃음과 함께 대단함을 느꼈다. "낯선 자를 조심해라!" 세상을 사는데 어찌 낯선 자를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 2006. 10. 13.
즐거운 한가위 맞이하세요 불량감자 블로그를 방문하신 여러분!! 즐거운 추석명절 맞이하십시오. 그리고 울 낭군이 컴퓨터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성실히 내조 다할 것을 두 손 들어 약속합니다. ♣호랭이 올림♣ 이미 고향에 도착하셔서 한 잔 꺾으신 분, 아직 고향 앞에 도착하지 않으신 분, 이제 떠나려고 준비하시는 분, 명.. 2006. 10. 5.
수배 수 배 귀밑에 흰 털이 듬성듬성 나고 처진 아랫배가 돋보이며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보내는 의심스런 눈초리가 나이답지 않게 매서움. 쥐뿔도 없는 것이 있는 행세를 하고 다니며 든 것도 없이 잘난 체를 잘 함. 쥐어주는 것도 없이 가족들에게 군림하지만 나가서는 쪽도 못 씀. 쓸개가 없고 간이 많.. 2006. 9. 9.
참나리 참나리...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며 부슬부슬 내리던 며칠 전 정원에서 만났던 여인입니다. 초등학교 때 비가 쏟아지면 황토 운동장에 미처 내려가지 못한 빗물들이 흥건했습니다. 마구 쏟아지던 빗방울들이 황톳물에 떨어져 만들던 그 모습을 기억합니다. 본능적으로 낮은 곳을 찾아서 붉게 흐르던 .. 2006. 7. 26.
이모와 여보 얼마 전 대학 초년생인 아들놈과 긴 통화를 끝낸 호랭이가 말을 했다. "아들이 밥을 사 먹으러 식당에 가면 종업원 아줌마들을 '이모, 이모'하고 부른대. 그러면 없는 반찬이 한 가지씩 더 올라오더래." 참 머리 좋은 녀석이다. 드디어 오늘 나도 그 작전을 써 먹을 기회가 생겼다. 새로 온 식당 아줌마. .. 2006. 7. 24.
딸의 이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니 또 호랭이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가방부터 받아 두고는 허허 웃는다 '또 뭣인가 잘 못 먹었나 보다' 며칠 전 딸의 이를 검사했던 치과에 갔더니 의사 이야기가 이를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가 커지고 있어 입이 앞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위와 아래에서 각각 두 개씩 .. 2006.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