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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푸른 달을 한 입 베어 물면

by 여름B 2009. 4. 5.

 

    '꽃피는 삶에 홀리다'를 읽다가 조용미의 시 한 구절이 나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걸어본 자는 알 수 있다

                      숲의 밖으로 난 길이 사람을 다시

                      산속으로 이끈다는 것을

     

    원시를 검색을 해 보았다. 

     

     

        푸른 달을 한 입 베어 물면
                                             /조용미

         

         

        저물녘 산에 올랐다 그만 해를 떨어뜨렸다

        해 진 여름 숲,

        산발한 나뭇잎들이 내준 길 위로

        파랗게 떠 있는 그믐달의 검은 장막이

        숲을 뒤흔들었다

         

        나무들은 목이 꺾어지는 줄도 모르고

        나를 내려다보았고 새들은

        나뭇가지 위에 항로처럼 얽힌 길들을

        새까맣게 묻어놓고 잠들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걸어본 자는 알 수 있다

        숲의 밖으로 난 길이 사람을 다시

        산속으로 이끈다는 것을

         

        숲은 팽창하고,달은 차오른다

        푸른 달을 한 입 베어 불면

        사람 아니 무엇이 속에 들어서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아아 비명을 지르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둠 속에서 툭툭 소리를 내며

        자꾸 끊어지고

         

         

     

    대학교 2학년 때였을까?

     

    덕유산에서 길을 잃었다. 6명의 일행 중 한 명이 점심 먹은 게 탈이 나서 중간에 지체하였고 그것이 결국은 해가 진 산속을 헤매게 된 근본 원인이 되고 말았다.

     

    세 명은 숙소를 마련해 놓는다고 먼저 떠나고, 탈이 난 한 명과 다른 두 사람-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해가 지는 순간에 덕유산을 넘어, 어두워진 구천동을 군용 기역자 후렛쉬 하나로 내려와야 했다.

     

    그믐 즈음이었는지 별은 떴는데 어둠이 장막처럼 짙었다. 이 길 저 길을 헤맸다.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라고 여기고 가다 보면 다시 올라가는 길로 이어졌다. 나뭇가지들이 연신 얼굴을 찔러댔다. 길은 더욱 더디었다. 숲은 팽창하였으나 푸른 달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가 어둠 속에서 두런두런 사람들 말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서 구천동에 다달았음을 알았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어디냐고 어둠에 대고 물었다. 인심좋은 불빛들이 여럿이서 눈을 뜨고 대답해 주었다. 

     

    먼저 내려간 친구들은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비쌀 수밖에 없는 수박과 맥주까지 곁들여 근사한 야식을 차려 놓고 있었다.

    "이게 왠 호사냐?"

    묻기도 전에 어디서 만났는지, 동석한 싱그런 낯선 여인들이 생글생글 웃었다.

     

    그날 밤의 호사 덕에 그 여름의 여행길은 3일이나 단축되었다. 

     

     

     

        

                                                             <오늘 아침 산행길에 만난 >

     

     

        금봉이가 탈이 단단히 났나 보다.

        힘 없이 한쪽에서 쉬고 있다.

        달봉이는 제 세상을 만났다. 

        유유히 배영을 즐기기도 하다가 잠수함 여행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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