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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창과 이중선의 묘를 가 보다 본명은 이향금(李香今), 자는 천향(天香), 매창(梅窓)은 호이다. 계유년에 태어났으므로 계생(癸生)이라 불렀다 하며, 계랑(癸娘 또는 桂娘)이라고도 하였다. 아버지는 아전 이탕종(李湯從)이다.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나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劉希慶)·허균(許筠)·이귀(李貴) 등과 교유가 깊었다. 부안(扶安)의 기생으로 개성의 황진이(黃眞伊)와 더불어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루었다. 부안에 있는 묘에 세운 비석은 1655년(효종 6) 부풍시사(扶風詩社)가 세운 것이다. 여기에는 1513년(중종 8)에 나서 1550년(명종 5)에 죽은 것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그의 문집 『매창집』 발문에 기록된 생몰 연대가 정확하다. 그는 37세에 요절하였다. 유희경의 시에 계랑에게 주는 시가 10여 편 있다. 『가곡원류』.. 2022. 10. 9.
가을날/노천명 가을 날 노천명 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은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 예저기 흩어져 촉촉이 젖은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허리띠 같은 길을 내놓고 풀밭에 들어 거닐어 보다 ​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 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 제철의 아픔을 깃들였다 ​ 곱게 물든 단풍 한 잎 따 들고 이슬에 젖은 치맛자락 휩싸 쥐며 돌아서니 머언 데 기차 소리가 맑다 ―노천명 시집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시인생각, 2013) 2022. 10. 5.
숨/진란 을 읽다가 낯익은 이름을 만났습니다. 이미 시집에서 눈을 한 번 맞췄지만 다른 곳에서 또 만나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2022. 9. 25.
시하늘 계간지를 신청하다 눈물/이종섶 어린 연어가 먼바다로 떠나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짓는 어미, 그 물이 1급수인 것은 어미가 흘린 눈물 때문이다 새끼들이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알래스카까지 갔다가 목숨을 걸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미의 눈물이 그리워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추픽추에서 띄우는 엽서/정선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아픈 곳으로 가고 싶었다 이른바 비굴 한 자루 등에 지고 비 오는 새벽 여섯 시 마추픽추 라마가 잉카 이슬을 맨 먼저 밟는 곳 떠도는 그 대신 바람이 읽겠다 흔들리는 바람 대신 콘도르가 울어 주겠다 석벽의 붉은 꽃 한 송이 니 맘 안다 니 맘 안다 편히 쉬어 가라고 고개를 끄덕이겠다 고독은 우루밤바 계곡처럼 골이 깊고 고통의 음조는 다분히 변덕이 심해서 내 불구를 저 와이나픽.. 2022. 9. 23.
선운사의 불꽃 성격이 참 특이도 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죽자고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줄서는 것도 싫어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 빼놓고는 줄서서 맛집의 음식을 먹는다거나 줄서서 표를 사고 입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당연히 조금 이름이 나기 시작하는 명소라는 곳도 사람이 몰리는 절정일 때는 가 본 적이 거의 없다. 선운사나 용천사의 꽃무릇이 이름이 나기 전에는 절정인 때를 맞춰서 찾아다녔지만 이제 이름이 나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내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선운사의 꽃무릇도 막 피기 시작하는 때라든지 아니면 지기 시작하는 때에 방문하게 되는데 아내는 그것을 매우 못마땅해 하지만 칼자루를 쥔 자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한 지 오래다. 선운사 공원에 꽃무릇이 막 피기 시작했다. 불갑사.. 2022. 9. 16.
영광 법성포 마라난타사 일반적으로 영광 법성포하면 굴비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말고 백제에 제일 먼저 불교가 전래된 곳이 이곳 법성포라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법성포(法聖浦)는 '성인이 불법을 전래한 포구'란 의미로 바로 간다라지방(지금의 파키스탄 북부) 출신의 승녀 마라난타가 비단길을 따라 중국을 거쳐 배를 타고 상륙했던 곳이다. 그때가 서기 384년 침류왕 재위 시절이며 이곳에서 멀지 않은 모악산 자락에 불갑사를 짓고 불법을 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광군에서 1996년 경부터 성역화를 목적으로 간다라풍으로 사찰을 조성하고 유물관도 만들어 6세기 간다라 불상 부조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2022. 9. 13.
장항 송림의 맥문동 장항 송림에 맥문동꽃이 한창이다. 이 송림은 장항공고가 여기에 있을 때 재학생들이 동원이 돼서 모래 벌판이었던 바로 이곳에 심은 것이라고 졸업생이었던 선배가 말해 주었다. 몇 년 전부터 심기 시작한 맥문동은 해마다 면적을 넓혀가며 이제 소문이 날 만큼 잘 가꾸어졌다. 솔잎이 떨어지면 인부들을 동원해서 일일이 걷어내고 수시로 물을 주는 모습을 수시로 보아 왔다. 보슬비가 내리는 월요일인데도 꽃을 보러온 방문객들이 제법 많아 이곳 맥문동이 유명세를 타긴 했나 보다. 2022. 8. 29.
함양 화림동 계곡의 정자들 2 함양 화림동 계곡의 정자들 2 동호정을 지나기 전에 서산서원에 들렀는데 장식용이란 느낌이 든다. 경모정과 남천정을 찾아가다 길이 험해 그만 두다. 농월정은 화림동 정자에서 백미라 할 수 있다. 앞쪽으로는 돌바닥 계곡이 좀더 널찍하고 험하게 흐르는 상하류쪽 물줄기를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관광단지 쪽에서는 정자의 일부만 볼 수 있고 농월정교를 지나 산길을 100여 미터 걸어가야만 본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정자 양쪽으로 배롱나무가 장식처럼 피어 있다. 2층으로 된 정자엔 안전요원들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곁에 앉아 선인들의 낭만에 젖어 보다. 10년 전만 해도 인파로 붐비던 관광단지는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폐허처럼 변해 버렸다. 서너 집만 문을 열고 있었는데 호객 소리는 사.. 2022. 8. 20.
함양 화림동 계곡의 정자들 1 함양 화림동 계곡의 정자들 1 이런 날이 여름 여행에는 제격이다. 기상도를 보니 기압골이 남덕유산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한반도 동서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약간의 비를 감수하고 시원함을 누리는 게 더 낫다는 나만의 계산법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노령과 차령의 경계쯤에서 오며가며 소낙비를 만났지만 정자골에서는 우산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2022. 8. 19.
비 내리는 옥구 향교 배롱나무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옥구향교는 군산시 옥구읍에 있다. 최치원을 모신 문창서원과 그리고 그가 글을 읽었다는 자천대, 옥산서원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데 언제 찾아가 보아도 점잖으신 어른처럼 듬직하게 맞아주는 곳이 바로 옥구향교이다. 1403년에 이곡리에 설립했다 1484년 이곳 상평리로 옮겼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 된 것을 1646년에 다시 지었다. 특히 대성전은 전면 3칸 측면 2칸의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건물이다. 홍살문 앞쪽에 오래된 비석들이 세워져 있는데 공적비들이 대부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 공적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줄지 않나 보다. 2022. 8. 17.
서천 봉서사 봉서사는 충남 서천 한산면에 있는 절로서 마곡사의 말사인데 이곳에는 국보인 목조 아미타삼존여래삼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극락전 앞에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500년으로 추정하는데 2015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찾아가는 날 조용히 비를 맞으며 고고한 자태를 보여 주고 있었다. 절의 규모는 아주 단촐하여 본당인 극락전과 삼성각 그리고 심검당과 종무소 이렇게 4채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곳에 모셔진 삼존불은 17세기에 활동한 조각승 수연(守衍) 스님이 1619년(광해군 11)에 조성한 것이다. 수연 스님은 1615년(광해군 7)에 태전(太顚) 스님을 도와 김제 금산사 독성상을 제작하였고, 1622년(광해군 14)에는 현진(玄眞) 스님을 도와 서울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상을 제작하였다. 비가 몹시 내려서.. 2022. 8. 14.
서천 문헌서원 서천 문헌서원 백일홍이 곱다기에 일간 찾아간다는 게 너무 늦었다. 호우 재해경보가 왔지만 벼르던 것이라 빗길에 나섰지만 강한 폭우에 되돌아 오고 말았다. 잠시 조금 잠잠해진 빗줄기를 타고 서원으로 다시 향했다. 아뿔싸! 백일홍은 접사를 댈 수 없을 만큼 시들어 버렸고 거기에 폭우를 맞아 여름에 지친 듯 축 처져 버렸다. 문헌서원은 이 지역을 본관지로 하는 한산이씨 명조 선현 8위를 제향하는 서원으로 기산면 영모리에 있다. 기록상 창건은 1594년(선조 27)으로 전해지며 처음 이름은 ‘효정사(孝靖祠)’이다. 1611년(광해군 3)에 『문헌(文獻)』이라 사액 받았으며, 제향인물은 이곡(李穀), 이색(李穡), 이종덕(李種德), 이종학(李種學), 이종선(李種善), 이맹균(李孟畇), 이개(李塏), 이자(李)이다.. 2022. 8. 10.
은파저수지의 꽃들 은파저수지의 꽃들 군산 은파저수지는 시내에 자리잡아 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둘레길은 경사진 곳도 거의 없고 그늘도 많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다녀오곤 한다. 어쩔 때는 다른 것에 정신을 빼앗기다 보면 몇 달을 찾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요즘 연꽃이 호수의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고 배롱나무들이 몸통을 붉게 물들여 눈을 심심치 않게 해 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봐 주는 것과 상관없이 나름대로 꽃을 피우고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들도 있다. 모두가 사랑스런 것들이다. 2022. 8. 7.
못/ 이아영 ​ 못이란 글자는 아무데도 못가요 못은 한 번 박으면 움직이지 못하지요 움직이면 굽어서 못 쓰잖아요 못이란 연못이지요. 흐르지 못 하는 물이잖아요 또 못자 字가 들어갔네요 연못 속엔 연꽃이 탁한 물을 정화시켜주지요 못이란 못 할 일이 없다니까요 못 할 일이 있다는 말도 되지요 못비가 오면 못밥을 먹을 수 있거든요 못이란 다 못하는 게 아니에요 아무데나 못 박으면 안되지요 편자에나 못을 박지 식도에까지 못을 박다니 참치횟집에서 참치눈물 술을 마셔본 사람은 알아요 딱 한 모금이 목에 걸려 못 넘어가거든요 못이란 뭐든지 자유자재하는 힘을 갖고 있다니까요 ―이아영 시집 『돌확속의 지구본』 (고요아침, 2010) '못'이란 말의 쓰임이 그러고 보면 참 많구나. '연못'의 '못'은 '오목하게 패여 물이.. 2022. 8. 4.
전주수목원의 꽃들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그런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우리의 영원한 동화 '소나기' 속에 등장하는 마타리꽃은 수목원에서도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었다. 마타리꽃 장백패랭이꽃 불두화 삼잎국화 하와이무궁화 범부채 스토케시아 노랑상사화 버베나 2022.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