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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by 여름B 2022. 8. 4.

못/ 이아영

 

못이란 글자는 아무데도 못가요

못은 한 번 박으면 움직이지 못하지요

움직이면 굽어서 못 쓰잖아요

못이란 연못이지요.

흐르지 못 하는 물이잖아요

또 못자 字가 들어갔네요

연못 속엔 연꽃이 탁한 물을 정화시켜주지요

못이란 못 할 일이 없다니까요

못 할 일이 있다는 말도 되지요

못비가 오면 못밥을 먹을 수 있거든요

못이란 다 못하는 게 아니에요

아무데나 못 박으면 안되지요

편자에나 못을 박지 식도에까지 못을 박다니

참치횟집에서 참치눈물 술을 마셔본 사람은 알아요

딱 한 모금이 목에 걸려 못 넘어가거든요

못이란 뭐든지 자유자재하는 힘을 갖고 있다니까요

 

―이아영 시집 『돌확속의 지구본』 (고요아침, 2010)

 

 

'못'이란 말의 쓰임이 그러고 보면 참 많구나.

 

'연못'의 '못'은 '오목하게 패여 물이 고인 곳'을 말한다고 돼 있다.

또 늪보다는 작은 의미라고 덧붙여 있다.

 

전주도로공사수목원에 새 연못이 만들어졌음을 발견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잎이 크다는 빅토리아연.

그 잎 모양의 화강석으로 장식한 작은 못에는 빅토리아연이 그 큰 잎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 한쪽 편에 칸나가 함께 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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