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사랑한다는 것은
서서히 시들어 가는 것이라고
바래가는 꽃무릇을 보면서
붉게 웃어 주었지요.
억새는
시들어도 울지 않는다며
손등에 내린 이슬을 쓰다듬던
억새꽃보다 하얗던 당신의 손길.
끝내
내 가슴에서 봇물로 흐르던
뜨겁던 오열의 강.
어느덧
버석거리는 내 귓등에도
억새꽃 하얗게 피었습니다.
어디에선가
억새처럼 사위어 가고 있을 당신.
이제는 울지 말아요.
휘어진 저문 날
내 그리움의 터전에 있을 당신에게
훠이훠이 꽃씨로 날아 갈 테니.
2006. 10. 07.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