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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월명암 가는 길

by 여름B 2006. 5. 5.

       

 

        오늘은 사월 초파일

        월명암을 찾았다. 한 30년 되었을까? 다녀간지......

 

 

                                 허공을 향하여 앵글을 돌려 보았다.

 

 

 

          월요일에 직소폭포를 갔었는데 그날의 산경이 무척이나 깨끗했다.

          그때 카메라를 차에 두고 가지고 가지 않았기에 오늘은 사진도 찍을 겸 월명암을

          가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그다지 맑지 않다. 차라리 그날의 신록을 찍어둘 것을

          이제야 후회한다.

 

 

 

         내변산 관통도로를 가는 도중 바라본 언덕배기는 온통 푸르름이다.

 

 

         갖가지 낙엽수들이 새 잎을 열심히 달아내고 있다. 

 

 

 

        남여치 매표소에서 오르는 길에 골짜기의 신록들이 보기 좋았다.

        뒤쳐져 오는 호랭이

        배가 고프다고 투덜거린다

        

        "내 돈으로라도 점심을 사 먹고 올 것을...." 

       

        " 조금만 참아, 내가 절밥 얻어 줄게"

 

        호랭이가 절밥이나 제사음식을 먹지 못하는 줄 알면서 한 마디 한다.

        그런 음식을 손대지 않는 이유는 귀신이 먹었기 때문이란다.

 

        '귀신이 어디 있나?

         한 사흘 굶어 봐라. 안 먹고 견디나....'       

 

 

 

         나는 무릎이 좋지 않아 서서히 오르고

        호랭이는 심장이 좋지 않아 또한 서서히 오른다.

       

 

 

         호랭이가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동안 나도 함께 골짜기를 내려다 본다.

 

 

 

          산철쭉이 깨끗하게 피어 있었다.

 

 

 

          월명암!

          젊은 날, 친구들과 텐트를 쳤던 화장실 가는 길은 연등이 줄줄이 달려 있는 것

          말고는그대로 있었다.

 

          호랭이한테 말했다.

 

          "여기에다 내가 텐트를 쳤었지.

          친구들이 밥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낙조대에 올랐어.

          그런데 해는 이미 져 버렸고

          그때 마침 서해 쪽에서 밀려오는 안개가 있었어.

          골짜기에 아주 낮게 깔려 마치 엎드려 기어오르다가 다시 내려가고

          그렇게 하얗게 밀려와 낮은 골짜기를 멋진 하얀 호수를 만들었던

          그 안개의 물결!"

         

          호랭이는 모를 것이다. 그날의 그 모습을...

 

          "밤새도록 소쩍새가 울어댔는데, 그 소리가 골짜기를 울려대는 통에

          잠을 잘 자지 못했어

          아니, 산사의 오슬오슬한 밤 기운에 수이 잠이 들 수도 없었을 거야

          참, 오랜만인데도 크게 변한 게 없네"

      

          절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오늘만은 좀 경건함을 갖춰주고 싶다.

          

          "보살님들 공양들고 가세요"

          

           모자를 벗었다.

 

          "고마워요, 다음에 와서 할께요" 

 

 

         

          늦은 점심을 설렁탕으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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