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실 금
-김선우
일찍이 오줌을 지리는 병을 얻은 엄마는
네 번째 나를 낳았을 때 또 여자아이라서
쏟아진 양수와 핏덩이 흥건한 이부자리를 걷어
내처 개울로 빨래 가셨다고 합니다
음력 정월
요실금을 앓는 여자의 아랫도리처럼
얼음 사이로 소리 죽여 흘렀을 개울물,
결빙의 기억이 저를 다 가두지 못하도록
개울의 뿌리 아득한 곳으로부터
뜨거운 수액을 조금씩 흘려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혹한의 겨울에도 동네마다
얼어붙지 않은 개울이 한두 개쯤 있었고
나는 종종 보곤 했던 것입니다
한겨울 비루해진 개울이 뜨거운 제 살 속에서
흰 눈을 폭포처럼 퍼올리는 것을
먼길을 걸어온 女子들이
흰눈을 뭉쳐 조금씩 녹여 먹으며
겨울나무 줄기에 귀를 대고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오줌 한 번 시원하게 눠봤으면 좋겠다던
엄마의 문이 눈밭 위에서 활짝 열리곤 하였습니다
('포에지' 2000 겨울호)
퍼 온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