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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요실금

by 여름B 2006. 4. 4.
        요 실 금 -김선우 일찍이 오줌을 지리는 병을 얻은 엄마는 네 번째 나를 낳았을 때 또 여자아이라서 쏟아진 양수와 핏덩이 흥건한 이부자리를 걷어 내처 개울로 빨래 가셨다고 합니다 음력 정월 요실금을 앓는 여자의 아랫도리처럼 얼음 사이로 소리 죽여 흘렀을 개울물, 결빙의 기억이 저를 다 가두지 못하도록 개울의 뿌리 아득한 곳으로부터 뜨거운 수액을 조금씩 흘려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혹한의 겨울에도 동네마다 얼어붙지 않은 개울이 한두 개쯤 있었고 나는 종종 보곤 했던 것입니다 한겨울 비루해진 개울이 뜨거운 제 살 속에서 흰 눈을 폭포처럼 퍼올리는 것을 먼길을 걸어온 女子들이 흰눈을 뭉쳐 조금씩 녹여 먹으며 겨울나무 줄기에 귀를 대고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오줌 한 번 시원하게 눠봤으면 좋겠다던 엄마의 문이 눈밭 위에서 활짝 열리곤 하였습니다 ('포에지' 2000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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