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江 가는 길
/이상희
소도시 끄트머리에서
산마을까지 달리는 시골버스
굽이굽이 산길 날뛰다 말고
노파 하나 내려놓을 때
보았다
버스 문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내던지는 지팡이,
출구 난간을 붙드는 두 손,
기어서 내려가는 늙은 몸.
그리고 다시
부르릉대며 날뛰는 차창 너머
먼지구름 사이로
보았다
기역자로 굽은 등허리,
두 손이 더듬어 주워드는 지팡이,
그 둘이 시작하는 직립의 보행,
문명의 땡볕을 걷는
원시 인류의 獨存
(시인세계 200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