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채식주의자
김선아
으깨진 미꾸라지는
불판 위 삼겹살은
가마솥 영양탕은
먹지 않는다.
분쇄기에 낀 당근을
데쳐진 시금치를
밑동 구멍난 붉은 고로쇠를
먹는다.
모가지 댕강 잘린
장미 한 송이
식탁에 꽂고
먹는다.
「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2022.9. 서정시학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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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에 삼겹살을 싸고 흰 밥에 배추 김치를 먹으면서 보양탕을 먹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나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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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산 군데군데 단풍이 절정이다.
꽃무릇 이파리도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철 이른 동백 한 송이 홀로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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