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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민병도

by 여름B 2022. 11. 6.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민병도 
 
 
숫돌에 낫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 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밤 풀벌레 소리,
맨살을 파고든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다 
 
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지 못하느니
낫은 매번 이기고, 이겨서 자꾸 지고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다 
 
                                            《시마을》 2022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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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를 할 때마다 강철 면도날이 약한 털에 왜 무디어지는지를 분석한 글을 읽은 생각이 난다. 그런데 그 제목만 생각나지 그것을 분석한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면도를 할 때마다 그 기사가 떠오르면 그 내용을 생각해 내려고 아무리 애써 보지만 단 한 줄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 
 
생각나지 않는 기억을 소환하려는 일은 괴롭다.

 

옥정호 오솔길
정읍 산내 구절초축제장 옆 사시나무 몇 그루 서 있는 이곳은 나의 애착지 중의 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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