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 ~ ~ ~
기억의 마차는 구렁이처럼 산을 타고 꾸역구역 오르더니
어느새 내리막을 쏜살처럼 내달리고 있다.
아름다웠던 순간들도 함께
선운사에도 꽃무릇이 피기 시작했다.
#선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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