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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선운사 꽃무릇

by 여름B 2020. 9. 20.

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 ~ ~ ~

기억의 마차는 구렁이처럼 산을 타고 꾸역구역 오르더니
어느새 내리막을 쏜살처럼 내달리고 있다.
아름다웠던 순간들도 함께

선운사에도 꽃무릇이 피기 시작했다.



#선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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