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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새들이 만든 풍경

by 여름B 2020. 2. 6.


   따뜻한 겨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겨울 철새들이 호수 위를 난다.


   기역자로 정렬을 해서 날기도 하고

 

   ㄱ자가 너무 길어 구부려지기도 한다.


   가방끈이 짧은 애들은 그냥 1자로 날기도 하고


   식구가 단촐하면 4:4로


   더 적으면 넷이라도 짝을 이룬다.


   날다가 지치면 쉬어가고


   어부가 쳐 놓은 그물 곁에서 사냥도 한다.


    새똥의 공격을 받고 하얗게 변한 숲과 이미 전에 침입을 당해 누렇게 변한 숲을 배경으로 검은 새 무리들에 치인 백로가 외롭게 휴식을 취한다.

  크기로 봐서 '중대백로인가' 했다.


   근접해서 더욱 자세히 보니 종아리 위 부분이 약간 노란 게 대백로다. 아직 다 자라지 않았을까?

 

   새 똥으로 숲의 일부가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변했다.


   범인이 누구일까 살펴보니 가마우지다. 2~3년 뒤면 저 숲도 누렇게 죽어 있을 것이다.


   하얗게 변한 숲 오른쪽은 이미 몇 년 전에 역시 무차별한 똥 공격으로 누렇게 변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제 이 녀석들이 서식지를 옆으로 옮겨온 것이다.


   호수 중간에 있는 저 몇 그루 나무도 몇 년 전에 이미 똥 공격을 받아 몰살되었는데 죽은 나무가지에 가마우지 두 마리가 한가로운 겨울 오후 햇살을 받으며 신나는 열애를 하는 중이다.



  

자연은 약육강식으로 유지된다.

어차피 모든 생명체는 생활을 하려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 인간은 한때 공룡같은 맹수들과 공존하던 시대에는 당연히 식용거리였을 것이지만

현재 우리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식물이건 동물이건 모두 닥치는 대로 먹을 수 있는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끝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이점은 인간의 하나로서 퍽이나 고맙고 다행스럽다.


      새와 나무를 보면서 생각했다.

새의 번식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나무의 생명이 더 중요한가를 .

채식주의자들의 일부는 육식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데 그 살생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송아지도 달팽이도 오리 간도 빼먹으면서 개요리 전통에 반려 동물 운운하며 눈을 흘기는 문화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우린 때때로 모순에 빠진다.

그것을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보다 더 이기적인 말이 있을 수 없다.

      이 세상 생명체 중에 스스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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